[문학]홍길동은 정말 일본으로 건너갔나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1분


◇한일학자 '실체찾기'심포지엄

"실존인물" 의견 모아져

16세기 日영웅 '홍가와라'와 동일인물 가능성엔 이론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 그는 과연 실존인물인가, 만약 실존인물이라면 그는 어떤 인물인가?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모여 홍길동의 실체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4일 전남 장성의 장성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홍길동 국제 학술심포지엄’. 설성경 연세대 교수, 홍종필 명지대 교수, 국학연구자 양권승씨(연세대 박사과정), 일본의 다카라 구라요시(高良倉吉) 류쿠대 교수 등 10여명이 참가한다.

그동안 학계에선 홍길동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지만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 문제는 홍길동과 일본 오키나와의 영웅 홍가와라(오야케 아카하치)가 동일 인물인가 하는 점. 홍가와라는 16세기초 오키나와 류쿠제국의 봉건세력에 맞서 농민들을 위해 투쟁했던 인물로 알려져있다.

설 교수는 각종 문헌 등에 나타난 행적을 통해 한국의 홍길동과 일본의 홍가와라가 동일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설 교수에 따르면, 홍길동은 1440년경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에서 태어나 1500년경 의금부에 체포됐다가 탈출해 2000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일본 오키나와 류쿠 열도로 망명해 민권운동을 폈던 인물이라는 것.

양씨도 “일본 학자들은 전반적으로 홍가와라가 홍길동이 같은 인물이라는 점을 부정해 왔으나 최근들어 동일인물로 인정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홍가와라 족보와 그 곳의 각종 무덤 양식 등을 볼 때 홍길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양씨의 주장.

그러나 다카라 교수 등 일본측 연구자들은 “홍길동은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 간의 교류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두 인물의 비교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할 뿐 동일인물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길동과 홍가와라가 동일인물이라는 주장은 아직까지 추론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좀더 정교한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홍길동의 실체 규명에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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