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20대의 움직임을 읽어라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7분


“어, 잡화매장이 2층으로 옮겼나?”

지난주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찾았던 회사원 김지연씨(27)는 약간의 ‘혼란’을 느꼈다. 캐주얼의류 및 정장의류만 팔던 2층에 액세서리 브랜드인 ‘레노마’와 잡화브랜드인 ‘goodluck’등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 백화점 잡화매장은 1층에만 자리잡는 줄 알았던 당연한 ‘상식’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잡화점이 2층으로 옮긴 이유는 백화점들이 20대 ‘동선’에 맞춰 매장구성을 바꾸고 있기 때문. 롯데백화점 홍보실 이선대 매니저는 “지난해말부터 경기침체로 원래 백화점 매출을 주도하던 30대 주부들이 주머니를 졸라맨 대신 20대는 꾸준히 소비를 늘리고 있어 20대의 취향과 구매패턴이 매장구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근 자사 백화점 카드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구매금액 중 20대가 구매한 비율이 29.4%를 차지, 30대구매비중(29.1%)을 역전하는 놀라운 결과까지 나왔다. 지난주말로 끝난 봄정기세일에서도 캐주얼(35%) 잡화(40%) 스포츠용품(55%) 색조화장품(43%) 등 20대가 주고객인 상품들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반면 30,40대가 주소비층인 숙녀복(10%)과 신사복(15%)의 증가세는 저조하게 나타났다고.

이런 추세를 반영, 롯데 본점의 경우 2층 하나였던 20대를 겨냥한 매장이 6층, 9층으로 확대됐다. 20대 후반과 30대 미시족을 겨냥한 3층에도 이들 계층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브랜드 ‘에스티 로더’가 들어섰다. 9층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멀티 플라자’라는 이름으로 20대가 선호하는 중저가 캐주얼브랜드들을 판매하고 있다. 2층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캐주얼시계브랜드 ‘스와치’ ‘G―SHOCK’ 와 잡화브랜드인 레노마와 goodluck등이 입점했다.

현대백화점도 20대를 타깃으로 한 의류와 잡화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 본점에 2월 문을 연 ‘제이 로즈로코뉴욕’은 20대∼30대초반 젊은층 패션리더를 겨냥한 브랜드. 신촌점도 2월부터 ‘라우렐’ ‘마렐라’ 등 20대가 선호하는 명품 캐주얼 브랜드를 도입했다. 본점의 경우 구두의 패션성과 운동화의 편안함을 접목한 패션신발 ‘스니커즈’ 전문매장인 ‘플랫폼’을 열어 ‘DKNY’ ‘SKECHERS’ ‘DIESEL’ 등 미국 유럽 일본의 패션 스니커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본점 무역센터점 천호점의 옥상에서는 젊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매달 3∼5편의 최신개봉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주요고객으로 떠오른 20대 고객을 잡기 위해 강남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1층 잡화점의 노른자위 매장을 ‘상설 선글라스 매장’으로 배치했다. 건강과 몸매관리에 관심이 높은 20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스포츠부문도 대폭 강화했다. ‘오닐’ ‘피아’ ‘오클리’ 등 고가 스포츠의류와 ‘닥터마틴’ 등 캐주얼신발 브랜드를 5층의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집중배치하고 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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