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돌고래 조련 '미녀 3총사'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37분


《지난해 초 세계적인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는 공연 때문에 찾아간 싱가포르에서 작은 소동을 일으켰다.

전세기편으로 공항에 도착한 캐리는 수중공원의 돌고래 쇼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돌고래와 놀 기회를 달라며 ‘떼’를 썼다. 그녀는 결국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고는 비행기에서 내린 뒤 수중공원으로 달려가 돌고래와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과천 서울대공원에는 겨우내 추위를 피해 움츠리고 지내다 축사 밖으로 나온 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해 연일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대공원에 소속된 5000여 마리의 동물들 가운데서도 해양동물관의 돌고래 3총사가 단연 ‘인기 캡’. 돌고래들의 매끈한 몸매와 이들이 펼치는 갖가지 묘기들을 구경하기 위한 인파로 해양관 공연장의 2500여 좌석은 주말마다 매진 사태를 빚는다.

머라이어 캐리도 부러워할 만큼 돌고래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돌보는 이들이 조련사이자 돌고래 쇼 진행자인 서미려(25), 이명복(25), 박상미씨(22) 등 3명의 처녀 조련사. 이들은 남자 조련사 3명과 함께 ‘출연진’인 돌고래 3마리와 물개 6마리를 돌보며 갖가지 묘기를 가르친다. 이들을 포함한 동물원 조련사들의 정식 직급은 ‘서울시 지방계약직 공무원’. 모두 3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쟁쟁한 실력파들이다.

돌고래 조련사의 자격 조건은? 조련사 경력 4년차인 서미려씨는 ‘애정과 끼’를 들었다.

“무엇보다 동물들을 사랑해야죠. 조련사가 되기 전 매달 한 차례 이상은 이 곳을 찾아 ‘꿈’을 키웠어요. 물론 수많은 관객 앞에서 돌고래나 물개와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끼’ 역시 필수 조건이고요.”

하루 일과는 아침에 출근해 돌고래를 훈련시키는데 중요한 ‘도구’인 고등어를 잘게 토막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하루 3, 4차례의 공연을 포함해 공연 중간에도 쉬지 않고 다음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한다. 30여 가지의 묘기를 먹이와 휘슬, 수신호 등으로 돌고래 물개와 의사 소통하면서 진행한다. 매일 수 차례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다 보니 동물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요소.

이명복씨는 “6, 7세 어린이에 맞먹는 지능을 갖고 있는 물개나 돌고래는 평소 처우에 ‘유감’을 갖거나 공연 도중 심사가 뒤틀리면 갑자기 물 속으로 도망가 버려 조련사들을 난처하게 만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심지어 초보 조련사를 만나면 텃세를 부리거나 공격을 가하면서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초보 시절 물개와 돌고래에 물린 상처를 팔다리에 간직하고 있는 이씨는 “처음엔 쫓아오는 물개를 피해 숨어 다니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미혼인 세 사람은 남자들보다는 동물들이 여러모로 낫다고 말할 정도의 돌고래 예찬론자.

“남자들과는 달리 돌고래는 결코 애정을 미움으로 보답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박윤철기자>yc97@donga.com

◇주요 동물의 식대와 시세

대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훈련이 잘 된 돌고래의 국제시세는 마리당 4억∼5억원. 동물원 안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귀하신 몸’답게 대우도 최상급에 속한다. 2급수 이상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급수차로 매일 인천 앞바다에서 맑은 물 30t을 끌어와 갈아주며 섭씨 20도 내외의 수온을 맞춰주기 위해 겨울에는 연료비만도 수천만원이 나간다. 사료비는 마리당 하루 6만원으로 동물원 구내식당의 직원 식사비인 1800원의 33배에 이른다. 가끔 원기회복을 위해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가 제공되기도 한다.

희귀동물의 보물창고이기도 한 서울대공원은 고릴라, 한국호랑이, 바다사자 등 42종 180여마리의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국제동식물 협약(CITES)’에 따라 세심한 보호를 받고 있다.

마리당 7억원을 호가하는 고릴라는 동물원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데다 동물원에서는 번식이 잘 되지 않아 국제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호랑이와 사자 같은 맹수에게는 과거 살아있는 토끼나 닭을 줬지만 동물보호단체의 항의가 거세 요즘은 주로 죽은 닭고기와 쇠고기를 제공한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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