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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1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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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물려 받는 것이 아니라 자손에게서 빌려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매우 겸손하고 잠언적인 표현이지만 그 안에는 기술문명에 의한 자연파괴가 미래의 지구 재앙을 몰고올 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담고 있다.
‘환경’과 ‘생명’은 새 천년에 들어서면서 가장 강력한 화두 중 하나다. 그러나 대안없는 폭로는 그 자체가 너무 폭력적이다. 아무리 과학적이라 하더라도 천문학적 숫자로 우리를 압도시키기만 하다가 급기야 숫자에 대한 무감각에 이르게 한 면이 없지 않았다.
환경운동 생명운동도 기로에 와 있다. 그 기로에서 이 책은 모종의 영롱한, 매력적인 희망을 닮은 빛을 내뿜는다.
이 책은 50대의 아버지가 10대의 아들에게 마련해주는 1주일 동안의 지구환경 여행이다. 월요일은 아랄해의 오염 경로와 물의 중요성, 화요일은 자연과 환경문제, 수요일은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 목요일은 생명의 고귀함과 어린 세대 역할의 중요성, 금요일은 독일 내 인종 차별과 미국 고교 총기사건, 토요일은 복제양 돌리 등이 여행의 주제다.
왜 이 책이 기로의 희망 혹은 전망인가?
‘이 세기말에 말들은…그 뜻을 잃어버렸다…숫자 또한 마찬가지다’(14쪽). 소설가인 지은이는 강력한 서정성을 구사하면서 우리를 ‘언어 숫자에 대한 무감각’에서 해방시키고자 노력한다. 그것을 현상적으로 떠받치는 것은 신화. 그러나 신화만으로는 복고적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시간적 미래감과 여행이라는 틀이 구사하는 내면성과 외면성의 변증법의 종합이다.
그 종합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면 이것은 정치적 대안을 포괄하는 문학 예술적 대안을 위한 초석이 마련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아이를 위한 서정성이 미래를 위한 서정성으로 되고, 여행의 말미에 ‘아이’가 ‘어른’을 극복한다. 신화사 중 가장 감동적인 ‘상처 받은 어머니 대지’ 장면 중 하나인 이집트 이시스―오시리스 미이라 신화에 이어 더 감동적인 ‘대화의 결론’으로 이 책은 끝난다. 옮긴이는 ‘서정적인 원문’을 제대로 못살렸다고 했지만 번역문 또한 충분히 서정적이다.
김 정 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