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고교평준화]"입시병 해소" 대세…"교육질 하락" 우려도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9시 08분


<<수도권 신도시의 고교평준화 도입 방침이 확정됐지만 각 지역별로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평준화 도입을 놓고 안양, 과천―의왕의 대립은 물론, 단일학군을 놓고 갈등을 빚는 고양시 등 지역별로 넘어야 할 산이 높기만 하다. 따라서 그 동안 과열로 치닫던 조기 입시열병은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학부모들이 학군조정이나 평준화도입 자체에 수긍하지 않고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명문고가 밀집해 있는 지역내 주민들은 단일 학군으로 묶일 경우 통학거리가 길어지는 등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수도권 신도시 입시특수를 만끽해온 학원들은 평준화 시행이 수입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해당지역 학부모들 반응

◆ 고양시…일산 "원거리 통학은 안생겨야…"

평준화 도입에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 하지만 단일학군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찬반이 확연히 갈려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올 고교입시에서 덕양구의 9개 고교는373명(인문계)이 미달한 반면 일산신도시의 6개 학교는 반대로 339명의 탈락자를 냈기 때문. 결국 학생이 넘치는 일산신도시 쪽에서 덕양구나 일산 구시가지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산신도시 학부모 김정미씨(38)는 “애써 일산으로 이사왔는데 아이들이 엉뚱한 곳에 있는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덕양구 관산동 김정삼씨(36)는 “낙후된 교육환경에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명문고가 많은 일산지역 고교에 다닐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교조 고양지부 박석균 지회장(41)은 “평준화의 취지에 맞는 단일학군에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원거리 통학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 성남 분당…"우수학생 불리" 분당 주민 반발

분당 신도시와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 사이에 평준화에 대한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분당신도시 주민들은 교육 수준의 하향 평준화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나선 반면,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대체로 평준화를 환영하고 있다.

분당구 서현동 김영준씨는 “평준화에 따라 우수한 학생들이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분당고교 입시개선 학부모 모임 임정하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교 입시에 시달린 아이들이 막상 분당의 고교에 진학하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며 “교육 정상화를 위해 진작부터 평준화가 이뤄져야 했다”고 말했다.

성남 수정구 효성고 김영배 교감도 “분당의 고등학교에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은 사실이나 분당과 성남 구시가지 고교 사이에 교육의 질적인 차이는 없다”며 단일학군을 환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남지부 교육부장 김현숙씨는 “근거리 배정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없애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당지역 학원가에서는 학원생 감소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분당의 한 학원 관계자는 “내년부터 당장 학원생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 부천시…"단일학군 무리없다" 환영

중동 신도시가 속해 있는 경기 부천시 학부모들은 대체로 평준화를 환영하고 있다. 중동 신도시가 위치한 원미구에만 12개 고교가 밀집해 있어 부천 전체를 2, 3개 학군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단일학군제도가 큰 무리가 없기 때문. 부천교육연대 장경화 사무국장(39)은 “24개 중학교에서 상위 5%에는 들어야 명문고교인 부천고와 부천여고를 갈 수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고통과 위화감을 주는 ‘성적순’이 사라지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천고와 부천여고 학부모와 동창회에서는 평준화에 반대하고 있다.

부천고 학부모회장 김혜경씨(48)는 “평준화가 되면 학생들이 수준별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게 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부천지역 한학원측은 “평준화로 ‘입시과열’ 분위기가 크게 줄어 학원생이 크게 감소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안양권…안양-과천 "의왕과 합치다니…" 떨떠름

당초 평준화지역에서 제외됐던 의왕시 학부모들은 이번에 ‘기사회생’한 탓인지 크게 환영하는 모습. 고천중 어머니회 회장인 이춘자씨(42·여)는 “만약 의왕시가 평준화에서 제외됐더라면 이 지역 학부모들이 모두 들고일어났을 것”이라며 “원하던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다른 지역 주민들도 대체로 평준화 결정을 반겼다. 군포고 교사인 이성씨(39)는 “평준화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고 군포중학교 교사인 조은옥씨(43)도 “평준화 조치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안양 과천지역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안양 범계중 2학년 이모양(14)은 “명문고가 없는 의왕과 합치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입시학원측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양시 동안구의 C학원 강사인 신모씨(35)는 “고교 평준화가 되면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지역별 일반계(인문계) 고교 현황]

▽ 성남

학 교위 치전체 학급수
성남서고중원구 성남동30
풍생고수정구 수진동33
성일고중원구 성남동36
성남여고31
성일여고36
숭신여고중원구 금광2동30
효성고수정구 심곡동24
송림고분당구 야탑동33
분당고분당구 수내동27
분당중앙고 〃 정자동36
불곡고 〃 구미동36
서현고 〃 서현동30
수내고 〃 수내동36
이매고 〃 이매동30
한솔고 〃 정자동36
낙생고 〃 판교동36
분당대진고 〃 분당동36
성인고 〃 야탑동26
영덕여고27
태원고35
돌마고 (신설)12

▽ 고양

학 교위치전체 학급수
능곡고덕양구 토당동18
무원고 〃 행신동26
백양고7
행신고34
화수고덕양구 화정동24
화정고27
벽제고덕양구 관산동10
백마고일산구 백석동27
백석고 〃 마두동24
백신고 〃 백석동36
일산동고 〃 탄현동32
저동고 〃 일산동36
정발고 〃 마두동26
주엽고 〃 대화동36
중산고 〃 일산동24
세원고 〃 식사동30
일산대진고 〃 대화동36

▽ 부천

학교위 치전체 학급수
계남고원미구 중2동36
도당고 〃 도당동27
부명고 〃 중동 35
부천고소사구 송내2동36
부천북고원미구 도당동36
부천여고 〃 상동 36
중원고 〃 중동 43
소사고소사구 소사본동36
심원고원미구 중3동42
원미고 〃 중2동40
원종고오정구 원종동36
중흥고원미구 중동42
소명여고 〃 소사동33
시온고소사구 범박산동36
정명고 〃 심곡본동36

▽ 안양

학교위 치 전체 학급수
동안고동안구 평안동36
부흥고 〃 부흥동34
안양고만안구 박달2동36
평촌고동안구 호계동36
백영고 〃 평촌동36
신성고 〃 안양6동36
안양여고만안구 안양2동18
안양외국어고 〃 안양3동20
양명고 〃 안양2동36
양명여고 〃 안양2동36
성문여고 〃 안양8동30
과천고꿈보람길36
과천중앙고홍촌내길14
과천여고희망길32
과천외국어고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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