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외규장각도서 맞교환 협상 재고"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41분


외규장각도서 반환 협상 한국측 대표인 한상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이 맞교환 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 반환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원장의 발언은 ‘협상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한원장은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규장각 도서문제 공개토론회’에서 “지금까지는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가져오는 것이 국민적 합의라는 가정 아래 협상해 왔다”면서 “그러나 가져오지 않거나 먼 훗날 가져와도 좋으니 서로 ‘주고 받는’ 협상은 그만 두고 차라리 명분을 살려 프랑스와 싸우자는 것이 국민합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을 중단할 경우) 양국 관계의 문제도 있고, 길게만 보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유리한 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는 했으나 “다시 출발하자는 의견도 가능한 방안의 하나”라며 종전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서울대 규장각의 정옥자 관장은 이날 토론에서 “사전 정지 작업이나 정밀 학술조사도 없이 그저 외규장각도서를 받아와야 한다는 논리에만 빠져들다보니 프랑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협상을 무효로 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 행사와는 별도로 서울대 규장각 이상찬 연구관은 프랑스에 보관 중인 외규장각 도서가 파손되는 등 보존상태가 불량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연구관은 외규장각 도서에 관한 저술서와 파리 외규장각 도서를 촬영한 필름 등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측이 도서의 원래 표지를 걷어내고 책을 다시 제본하는 등 원형이 많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 297책중 원래의 비단표지가 붙어 있는 것은 2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표지를 바꾸고 다시 제본하는 과정에서 책장 순서도 뒤바뀌고 책을 묶는 철장(鐵裝)이 훼손되고 그림의 일부가 빠진 경우도 있었다고 이연구관은 덧붙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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