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알몸투시' 검색기 등장…사생활침해 우려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49분


내년 3월말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에 알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X레이 검색기가 등장한다.

관세청이 날로 교묘해지는 마약 밀수와 테러사범을 적발해내기 위해 내년 초 도입키로 한미국 ‘AS&E’사의 ‘보디 서치(body search)’.

이 검색기는 X레이 투과 강도가 일반 물품 검색기보다 낮아 옷만 투과하고 살갗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 따라서 신체의 은밀한 부분에 테이프로 부착해 숨겨 들여오는 마약이나 흉기를 어김없이 찾아낼 수 있다. 공항에서 수화물만 X레이로 검색하는 맹점을 악용, 금속 탐지기가 인식하지 못하는 테이프 등으로 마약이나 총기를 감싸 몸에 붙여 들어오는 밀수업자나 테러리스트들에게는 빨간 불이 켜진 것.

관세청은 ‘보디 서치’ 한 대를 인천공항에 시범 설치키로 하고 현재 기획예산처에 예산반영을 요청해놓고 있다. 가격은 20만달러(약 2억원).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검색기가 일반 승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디 서치 앞에 서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 몸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점 때문에 ‘보디 서치’를 설치한 공항이 마약 밀수나 테러가 빈발하는 뉴욕의 JFK공항을 비롯,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휴스턴 마이애미 애틀랜타 등 6개에 불과하다.

관세청도 이 같은 점을 고려, 마약이나 총기를 밀수한 전력이 있거나 미리 정보를 입수해 의심이 가는 사람으로 촬영 대상을 제한할 방침이다. 윤성균(尹成均) 김포세관장은 “보디 서치가 설치되면 마약 밀수나 총기 소지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조사실로 불려가 검색받는 번거로움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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