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사세요"…'세계 춤2000-서울' 댄스마켓 열려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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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사고 판다.’

26일 개막되는 ‘세계 춤 2000―서울’은 공연 기간중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댄스 마켓’이 열려 관심을 끈다.

마켓이란 같은 단어를 쓰지만 ‘춤 시장’의 풍경은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필름마켓과 상당히 다르다. ‘똑같은 춤은 한번도 없다’는 말이 있듯 무용수와 무대 등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춤의 ‘현장성’ 때문이다.

27일부터 ‘3일장(場)’이 들어서는 장터는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스튜디오 105호와 104호. 한쪽에서는 20분마다 외국 극장 예술감독과 기획자 등 ‘바이어’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맛보기’ 공연이 잇따라 펼쳐진다. 다른 한편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낙점’한 작품에 대한 추가정보와 계약을 위한 상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일본 ‘이시히 카오루&도쿄 댄스 시어터’ 미국 ‘진웬유 댄스’ 등 외국 6개팀, 국내 ‘유니버설 발레단’ ‘서울시립무용단’ 등 31개팀이 참가한다. 이중 4개팀은 공연없이 부스에서 비디오 테이프 등 화면 자료와 기획안만으로 마케팅에 나선다. 참가비는 30여만원. 프랑스 리용페스티벌 예술감독 기 다르메와 미국 뉴욕 조이스시어터 공연기획자 마틴 베츨러 등 공연계의 거물 10여명이 참석한다.

‘댄스 마켓’의 맛보기 공연은 상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CF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 주어진 시간내에 바이어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상담의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발레는 대표적인 무용수의 2인무를 중심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무용수의 기량을 상징적으로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소규모로 운영되는 현대무용은 좀 다르다. 춤을 시연하는 한편 ‘입심’ 좋은 대표가 무용단 소개를 곁들이면서 작품의 의도를 ‘브리핑’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김말복교수(무용학과)는 “춤은 짧은 시간안에 완성도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조건도 까다롭고, 계약이 성사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댄스마켓을 통한 춤의 ‘유통과정’은 최초 맛보기 공연(20분)→부스에서 화면과 보충자료를 통한 상담→초보적인 형태의 계약→추가 공연 관람과 2차 상담→확정 계약 등으로 이뤄지게 된다. 민속적인 내용을 주제로 한 페스티벌이 아닌 본격적인 상업 무대 계약은 1, 2년이 걸리기도 한다.

계약서의 내용도 복잡한 편. 공연 개런티 체제비 항공료 등 기본적인 것 외에도 조명장치의 종류, 무대 크기, 드레스룸의 수 등 공연장 조건과 무용수 인원 등 세밀한 부분까지 포함된다.

춤의 ‘판매 형태’도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다양해진다. 우선 사람(무용수, 안무가)과 작품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형태. 전통적 색채가 강한 한국무용쪽은 이처럼 패키지로 초청될 때가 많다. 또 사람은 같지만, 주최측 요청으로 최초 공연과는 다른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발레나 현대 무용에서는 안무자만 초청받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안무자가 해외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다른 무용단과 함께 연출하기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안성수교수는 “매년 12월 뉴욕에서 열리는 ‘에이팻’의 경우 춤외에도 연주 연극과 관련된 300여개팀이 참가해 성황을 이룬다”면서 “이번 댄스마켓을 계기로 우리 춤시장의 ‘거래’도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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