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구입난]할인폭 8%에 수요 폭증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19일 신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회사원 김점식씨(35)는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짜증이 났다. 버스 교통카드를 사려했지만 카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교통카드를 살 수 있는 가로판매대 수가 적은데다 버스요금 인상 후 가로 판매대에서 확보하고 있는 교통카드조차 충분치 않아 헛걸음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민들이 교통카드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1일 일반 도시형 시내버스 요금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오르는 등 버스요금이 크게 인상되면서부터. 버스요금 인상에 맞춰 교통카드 요금의 할인폭이 2%에서 8%로 커지자 카드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카드로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탈 수 있게 된 점도 카드 사용 확산에 불을 댕겼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루 평균 1500∼2000장에 그쳤던 교통카드 공급이 이달 들어 6000장씩으로 3∼4배 이상 크게 늘어났지만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종로에서 버스카드 가로판매대를 운영 중인 이모씨(56·여)는 “버스요금이 오르기 전만 해도 교통카드를 하루 30∼50장씩 갖다 놓았으나 최근에는 10장을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답답해 했다. 또다른 가로판매대 영업자인 박모씨(40)도 “나흘 동안 공치다가 18일 겨우 5장을 받아왔지만 찾는 손님이 많은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초 교통카드 할인폭이 커짐에 따라 교통카드 이용률이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서도 갑작스러운 수요 폭증에 대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통카드 공급을 맡고 있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측은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이달초 프랑스에 카드 50만장을 추가로 주문해놓은 상태. 그러나 국내 도착시간을 고려한다면 다음달까지 이같은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5년 교통카드 도입 이후 지금까지 공급된 교통카드는 1000만장이 넘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하루 평균 버스 이용건수가 200만건이어서 승객 한명이 출퇴근때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카드는 1인당 평균 10장씩 돌아간 셈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정경환 상무는 “교통카드의 돈이 빠져나가면 다시 충전해서 사용하면 되는데도 시민들이 ‘1회용’으로 생각하는 관행도 문제”라며 “주문의뢰한 카드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물량부족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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