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예술展'에 롯데 50억원 지원…외압?투자?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한-러 수교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전’의 전시비용 50억원 전액을 롯데호텔이 지원했다.

기업의 문화지원이란 측면에서 모범적인 사례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작년 5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러시아를 방문, 친한인사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통신 사장이 대통령에게 전시를 제안했다.

이때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따라간 장성원(張性元) 롯데호텔

사장을 통해 국내에 있던 신격호(辛格浩)그룹회장이 얼떨결에 행사 지원을 부탁받고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도 당초 예산을 배정받아 돈을 보태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기획예산처가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건지,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가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성의있는 노력을 하지않은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졸지에 전액을 부담하게 된 롯데는 정부가 주체인 한-러수교 기념행사의 조직위와 사무국 임직원 25명을 전원 롯데그룹사람으로 채웠다.

한 관계자는 “롯데가 자금을 지원할 바에야 정부에 맡기는 것보다는 직접 관장하는 것이 그나마 예산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준비가 끝나갈 무렵 청와대에서 롯데 관계자를 불러 “무료입장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롯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입장료 수입으로 10억원이라도 벌어들여 적자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장료의 절반이상은 전시장인 덕수궁 입장료와 문예진흥기금등으로 ‘흡수’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조련사가받는 셈이다.

허튼 돈 안쓰기로 유명한 롯데가 50억원을 내게 된 이유는정확히 알 수 없다. 롯데가 정상방문시 거론된 사항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지을, 설계가 끝난 상태인 호텔과 백화점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장기투자’를 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기업의 문화행사 지원은 언제나 ‘순수’하고 ‘자발적’이어야 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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