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메이드…展' 북한모습 가감없이 생생히 전달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한국에서 활동중인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2000전’(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현재 상영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평양일기’가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의 신선함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호주 출신의 여류 다큐멘터리 영화작가인 솔룬 호아스가 제작한 이 작품은 북한을 폐쇄적인 독재체제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다큐영화들과 달리 대상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해 가감없는 북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94년과 96년 두차례 영화제 참석차 북한을 방문, 20여일간 평양 개성 백두산 등을 돌아다니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그동안 언론에서 많이 다뤄졌던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했다. “북한인들을 문화가 전혀 없는 피해자들로만 묘사하는 것은 한 민족을 비인간화하는 것일 수 있다”는 그의 독특한 관점 때문이다.

자신도 북한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북한인을 “회색 옷을 입고 담장에 슬금슬금 붙어다니는 존재”로만 인식해 왔다는 호아스는 안내원 주민 등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이 “공식노선에 대한 무비판적인 지지를 제외하고는 나름대로의 교양과 지각을 갖춘 이상주의자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영화가 기존의 북한체제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가는 곳마다 세워진 김일성 김정일 부자 우상화 조형물과 방부처리된 김일성의 시신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인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모든 인민의 상상력을 지배하는 김부자의 권력’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98년 베를린 필름페스티벌에도 출품됐으며 스위스와 벨기에 호주 등의 방송에도 소개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달 30일까지 하루 세차례씩 68분간 한글자막의 무삭제 원본으로 상영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 2000’전시회에 오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02-721-7772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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