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잡지 '녹색평론' 9년만에 통권50호 발간

  • 입력 2000년 1월 24일 19시 10분


91년11월 재생용지로 허름하게 창간됐던 환경생태운동 격월간지 ‘녹색평론’의 50호가 나왔다. 출판계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재생용지를 고집스럽게 사용하다 보니 비용이 오히려 더 든다는 이 잡지는 화려함을 좋아하는 젊은이에게는 외면을 당한다. 하지만 이 초라한 잡지가 일부 지식인, 성직자, 농부 사이에 열렬한 팬을 확보하며 10년을 버텨왔다.

이제는 발행부수 8000부에 정기구독자 5000명을 가지고 있는 이 잡지의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서울, 부산 경남, 경기, 대구 경북, 전북 등 곳곳에 독자모임이 형성돼 생태운동을 펼치고 있고 대안학교로 유명한 ‘간디학교’(교장 양희규)는 바로 이 잡지 95년 11월 통권 25호에 실린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을 계기로 탄생했다. 또한 수돗물 불소화의 문제점을 제기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 잡지다.

포항공대 박이문교수는 “‘녹색평론’은 우리사회에서 윤리적 감수성을 비치는 거울이자 환경운동의 등불 역할을 해 왔다”며 통권 50호 발간을 축하했다. 법정스님, 작가 박경리 박완서 송기원씨,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대표도 독자이자 후원자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다 생태운동가로 나서 이 잡지를 창간한 영남대 영문과 김종철교수는 작년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삼인)과 ‘간디의 물레’(녹색평론사) 등 생태운동 관련 저서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교수는 “문화전반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는 녹색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철학 경제학 정치학 음악 미술 등 각계의 전문가를 발굴해 그들의 생각을 알리고 해외의 관련 이론과 소식을 소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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