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최인석 作 '아름다운 나의 귀신'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5시 40분


▼'아름다운 나의 귀신' 최인석 지음/문학동네 펴냄/7500원▼

인간 존재의 심연을 포착하는 강렬한 주제의식과 모국어의 상상공간을 한껏 확장시킨 풍성한 서사력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작가 최인석의 5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최씨의 신작은 90년대의 소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가벼움, 내면화, 사인화(私人化), 여성성, 소설가소설, 후일담소설등으로 대표되는 90년대적 경향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소설문법을 축조해온 최인석은 이번 소설집에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 분위기로 생의 극지로 몰려가 있는 뿌리뽑힌 존재들을 생생하게 묘파해내는 최인석의 새로운 소설언어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해도 전혀 낯설지 않다. 민둥산 달동네로 표상되는 황폐한 삶의 현장은 몽환적 이미지에 의해 표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신랄하게 되살아나면서 역동적 상상력의 위력을 펼쳐 나간다.

'아름다운 나의 귀신'은 철거 직전의 달동네를 중심으로 네 명의 화자가 펼치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연작 장편소설이다. 무자비한 철거가 시작된 재개발지구 달동네, 생의 근거와 이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맞섰던 달동네 주민들은 무참하게 쓰러지고, 동네는 산산조각난다. 이 참혹한 과정을 서로 다른 네 명의 화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작가는 195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희곡 '그 찬란하던 여름을 위하여'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어떤 사람도 사라지지 않는다'로 백상예술상을 수상했고, 영화 '칠수와 만수'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했다. 86년 <소설문학>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면서 소설창작을 본격화. 95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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