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품 특소세 폐지후 제조사 공급축소…소비자 큰 불편

  • 입력 1999년 12월 7일 18시 29분


이달초 TV 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폐지되자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대했던 가전유통업계가 예상밖의 ‘복병(伏兵)’을 만났다.

특소세 폐지 방침이 너무 빨리 발표되는 바람에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심각한 ‘특소세 불황’을 경험한데 이어 이번에는 제품 공급이 달려 장사를 망치고 있는 것.

가전유통회사 관계자는 “찾는 손님들은 넘쳐나지만 물건이 없어 고민”이라며 “손님이 없어 못팔았던 특소세 불황 때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이 모자라는 이유는 가전제조업체가 특소세 환급업무 때문에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 특소세 환급대상 제품을 공급하면 업무처리가 복잡해진다는 이유로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일부 직영대리점에는 물건을 계속 공급하고 있어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특소세 환급대상 제품은 물론 최근 출고제품까지 가급적 공급하지 말라고 권고해왔다”고 말했다.

▽심각한 공급부족〓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대규모 가전유통단지 테크노마트는 특소세 폐지 후 처음 맞은 지난 주말 개점휴업 사태를 겪었다. 특소세 폐지를 기다리며 구매를 미뤄온 손님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세탁기 냉장고 TV 김치냉장고 등 상당수 품목이 토요일 오전에 동이 났기 때문. 이 때문에 직원들은 찾아온 손님을 달래서 돌려보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테크노마트측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제조업체들이 특소세 환급업무를 핑계로 제품공급을 중단해 이같은 개점휴업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전양판점 할인점 백화점 대리점 등도 비슷한 상황. 주문폭주로 대기기간이 일주일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진열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금은 NO, 신용카드는 YES〓또 하나의 악재는 신용카드로 판매한 제품만 특소세를 환급하겠다는 국세청 방침. 현금거래의 경우 장부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판매창구에서는 현금거래를 거부하다가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특히 전기밥솥 등 10만원 이하 소액제품은 현금거래가 대부분이어서 고객들의 불만이 대단하다”면서 “현금을 받고 직원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대신 결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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