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황제’ 이주일, 희극인생 30년 결산무대 마련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8시 50분


‘황제’라는 칭호가 여전히 자연스러운 우리 시대의 코미디언 이주일씨(59·본명 정주일). 그가 29일부터 12월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코미디 인생 30년을 결산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이씨는 지난해 4월 SBS ‘이주일의 코미디쇼’를 끝으로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2500평 규모의 농장에서 100여 그루의 고향(강원도)산 소나무를 돌보며 ‘칩거’해 왔다. 농장 주위에는 그의 소유임을 알리는 표식이나 문패도 없다.

9일 밤 조명도 없는 농장을 찾았다. 기자는 그가 때마침 공연홍보용 TV광고를 찍느라 전매특허인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요!”를 거푸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이주일 농장’임을 알 수 있었다.

―답답하지 않습니까.

“20년만의 휴식입니다. 92년부터 4년간 국회의원하고 이어 2년간 방송에 출연했어요. 게다가 아들(창원씨, 91년 교통사고로 사망)이 먼저 간 이후 정신적으로 탈진상태였던 아내(제화자씨)에게 제대로 ‘서비스’도 못했습니다.”

―‘이주일의 코미디쇼’가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자 활동에 자신감을 잃은 것은 아닌가요.

“절반은 동의합니다. 사실 ‘…코미디쇼’에서 정치 풍자를 포함한 본격 시사토크쇼를 하려 했지만 막상 의정 활동하면서 친해진 정치인들이 도마 위에 오르더군요. 정치했다는 것이 ‘태생적 한계’였던 셈이지요.”

▼'코미디같은 정치' 그래도 미련남아▼

―최근 옷로비 청문회 등을 보며 ‘태생적 한계’와 관련해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96년에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코미디 많이 배우고 간다’고 했는데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요즘 같아선 다시 정치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코미디 얘기 좀 할까요. 이주일씨의 코미디에는 슬픔이 깔려있다고 하는데….

“살아온 인생 탓일 겝니다. 69년 파월장병위문공연단에서 막일을 시작한 이후 마흔살인 80년 TV에 처음 출연했습니다. 그 전까지 서울 금호동 판자집에 살았지요. 나중에 청와대 만찬에 초대될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고생스런 인생살이는 이미 뼈 깊숙히 사무친 상태였습니다.”

▼요즘 후배들 말잔치 머물러▼

―요즘 후배들은 코미디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기 보다 다소 공허한 말잔치에 머무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세상이 가벼워지고 또 풍족해졌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코미디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같은 겁니다. 제 전성기였던 80년대에는 사람들이 그저 눌려 살았기에 나같은 코미디언이 필요했던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복귀한 이홍렬은 평가받을 만해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는 얘기지요.”

―공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버라이어티 쇼로 꾸밀 겁니다. 코미디 인생을 노래와 함께 편하게 들려 줄 생각이에요. 마침 공연 마지막 날인 12월1일이 60회 생일입니다.”

―‘향단이와 화장실’도 보여 줄 겁니까.

“‘향단이’는 뭘, 이제 나이도 있고….”

공연은 오후4시반 7시반. 4만∼10만원. 02―3426―8444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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