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씨, 두번째 소설집「존재는…」묶어내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공지영(36)이 새로 펴낸 중·단편 소설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창작과비평사). 94년 ‘인간에 대한 예의’이후 두번째 소설집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5년 동안 그는 이혼과 재혼 출산이라는 삶의 급격한 전환을 차례로 거쳤다. 변화에 따른 고통이 극에 이르렀던 96년에는 정신과의사의 상담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달라 보인다. 수록작 중 올봄에 쓴 ‘고독’은 작가의 변화를 가장 뚜렷이 드러낸다.

신도시에 사는 30대 후반의 전업주부 나. 어느날 여동생이 “이혼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온다. 직접적인 이유는 남편의 외도지만 더 뿌리깊은 것은 ‘산다는 게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허망한 자각이었다.

작품 속의 자매간 대화는 마치 수년 전의 작가와 현재의 작가가 나누는 것인 듯하다. 작가의 장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93년)의 주인공처럼 고민하는 동생에게 현재의 작가로 보이는 언니는 “넌 이제 열일곱살이 아니야. 네 아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쓰고나서 보니 두 사람이 바로 나의 분열된 자아였다”고 말했다.

수록작 중 95년에 쓴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에서 그는 “외로워서 소설을 썼어. 다들 어디 있니? 우리 그땐(80년대) 힘찼잖아”라고 힘겹게 자신의 글쓰기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고독’에서 그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한 귀절을 빌려 ‘고독한 영혼의 발걸음을 더는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나의 고독보다 ‘지친 샐러리맨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데, 동생을 위로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니 잠들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는 것.작가는 이제 나의 고통으로 타인의 외로움을 껴안는 서른여섯이 된 것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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