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김용옥 지음 「여자란 무엇인가」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7분


‘여자란 무엇인가’

1985년 11월 중순, 고려대 교내에 한 특강 안내 포스터가 나붙었다. ‘제4회 김용옥교수 동양사상입문 종강기념 특강. 주제, 여자란 무엇인가. 1985년11월30일 오후1시. 서관 3―132호. 선착순 입장. 도중 퇴장불허.’ 그날, 눈발을 뚫고 2000여명이 강의실에 몰려들었다.

입담 좋고 해박하며 도발적인 독설을 퍼붓던 동양철학자 김용옥 당시 고려대교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이듬해인 86년3월. 그 강의를 들었던 김교수의 제자들은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내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곤 곧바로 김교수의 동의를 받아냈다.

그렇게 출간된 ‘여자란 무엇인가’(통나무출판사). ‘여자’라는 주제를 통해 동양사상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자도 출판사도 놀랐다. 날개 돋친듯 책이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독자는 계속 늘어나 1년도 못되어 10만부를 돌파했다. 모두 30여만부가 나갔고 지금도 매년 1만부 이상이 팔리고 있다. 출판사의 효자종목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스테디셀러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 김교수의 지명도와 인기를 들 수 있다. 제목도 한몫했다. ‘여자란 무엇인가’는 당시로서는 참신하고도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강의실에서의 구어체를 그대로 문장으로 옮긴 것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거침없이 토해내는 김용옥 특유의 속어를 비롯해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어투가 그대로 살아있으니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까지의 고리타분한 철학강의에서 벗어나 여성의 역사를 통해 철학을 논했다는 참신함도 빼놓을 수 없다.

컴퓨터 조판을 거부하고 활자의 돌출감이 손에 묻어나는 납활자 인쇄로 이 책을 펴내고 있는 출판사의 고집도 매력이라면 매력.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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