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대가 황욱선생 아들 병근씨 문화재 5천점 기증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45분


『전주박물관에서 아버님의 작품을 잘 보관해주고 기념관까지 만들어준다고 하니 기증하는 제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입니다.』

부친의 서예작품과 자신이 평생 수집한 각종 문화재 5천여점 등 시가 50억∼60억원어치의 문화재를 국립전주박물관에 흔쾌히 기증한 황병근(黃炳槿·65·전북 전주시)우리문화진흥회 이사장. 황씨는 우리나라 현대 서예의 대가인 석전 황욱 (石田 黃旭·1898∼1993) 선생의 아들. 그가 28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한 기증 문화재는 석전선생의 서예작품 4백18점을 비롯, 고화 3백48점, 조선시대 서찰 1천2백89점, 고미술품과 민속품 등 총 5천6점.

황씨는 “아버님의 작품을 더이상 집에 보관하는 것도 어렵고 어딘가에 모아 제대로 보관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기증 배경을 밝혔다.

석전선생은 송곳 쥐듯이 붓을 움켜잡는 ‘악필법(握筆法)’으로 유명한 서예가. 힘과 생동감 넘치는 글씨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초야에 묻혀 서예에만 매진하다 88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첫 전시회를 가졌을 정도로 고집스러웠다. 그의 작품 중 ‘적벽부 18폭 병풍’은 88년 1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기증 문화재엔 조선시대 실학자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 조선 성리학자 송시열(宋時烈)의 간찰, 조선말 선비화가 허련(許鍊)의 글씨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간찰의 경우 조선 선비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그 학술적 가치가 높다.

전주박물관은 전주에서 열리는 ‘99 세계 서예비엔날레’기간 중인 6월21일부터 석전특별전을 개최하고 2001년엔 석전기념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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