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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11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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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5백29개 공사립 초등학교 교장으로 구성된 서울시초등학교 교장회(회장 최재선·崔載善 포이초등학교장)가 10일 서울지역의 모든 초등학교가 스승의 날 하루 동안 휴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교장회는 “스승의 날의 참뜻을 살리고 교사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15일을 가정체험학습일로 정해 휴교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지난해 스승의 날을 전후해 촌지문제로 교단이 몸살을 앓았던 경험과 최근 집단 명예퇴직 사태 등 교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승의 날이 촌지나 선물을 받는 날로 인식되면서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없지않다.
교장회도 “최근 스승의 날을 전후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촌지추방운동을 벌이는 등 교사들을 서글프게 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조치가 스승의 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교총 조흥순(曺興純)홍보실장은 “교장들이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내렸겠느냐”며 “최근 교단의 헝클어진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낸 것 같아 서글픈 심정”이라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도 “스승의 날에 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최근 우리 교육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학부모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스승의 날에 일부 학교가 개별적으로 휴무나 단축 수업 등을 실시한 적은 있으나 특정 시도 지역의 전체 초등학교가 휴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장회는 휴교에 따른 수업 결손은 여름방학을 하루 줄여 보충하기로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