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東亞 신춘문예/詩 심사평]김혜순 이남호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13분


수많은 응모작 중에서 한편을 고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누구도 그 결과의 완벽성을 장담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이번 심사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몇편의 작품들이 나머지 응모작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정준상 김행숙 최경민씨의 작품들이 거론되었다. 정준상씨의 시적 상상력은 독특하고 세련된 것이다. 인상적인 작품임에는 틀림 없으나 선명한 이미지들이 삶의 실존에 닿아 있지 못해서 허전한 느낌이 든다. 김행숙씨의 경우 ‘창’이란 작품은 우수하나 나머지 투고작이 적절한 시적 사유를 보여주지 못했다.

영광은 자연스레 최경민씨에게 돌아갔다. 최씨의 작품은 모두 인상적이고 안정된 수준을 보여준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명징한 인상을 포착할 줄 아는 언어감각, 개성적이고 신뢰감이 가는 사유능력, 자신만의 시적 공간을 형성시킬 줄 아는 힘을 지녔다. 특히 사물과 세상에 대한 명료하고도 정확한 사유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증한다. ‘올림푸스 세탁소’와 ‘흑백사진’ 가운데서 한 작품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올림푸스 세탁소’에서 시인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되었으나 전체적인 안정감과 주제의 선명함, 완성도 면에서 ‘흑백사진’을 당선작으로 정하였다. 최경민씨의 당선을 결정하면서 주저됨이 없다. 그만큼 최씨의 능력은 돋보인다. 즐거운 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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