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주제 사라마구 화제작 잇단 번역출간

  • 입력 1998년 12월 21일 19시 24분


마술적 리얼리즘의 살아있는 교과서, 주제 사라마구.

로마 교황청은 그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즉각 항의성명을 냈다. ‘근본적으로 반종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인물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것은 또 다른 이데올로기의 편향이다.’

92년에는 포르투갈 정부가 유럽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그의 작품 추천을 거부하기도 했다.

사라마구. 그는 생애의 단 한 순간도 사회와 개인에 대한 관심을 놓쳐본 적이 없는 뜨거운 작가였다.

초기 이상주의에서 사회주의 사상의 세례를 거쳐 공산주의 노선을 걸어온 작가.

그의 작품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간의 갈등, 부조리한 사회로부터의 탈출, 자유를 향한 끊임없는 갈망, 그리고 이상향의 건설이라는 일관된 의식의 지향(指向)을 보여왔다.

노벨상을 수상한 직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말은 ‘아니오’이다. 아집과 불평등에 대한 ‘아니오’! 사랑 명예 연대와 같은 말이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사태를 가져다주는 모든 것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2백25명이 2백50만명과 맞먹는 재산을 가진 세계에서 살 수 없다. 그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우리는 그것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는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땅은 그것을 경작하는 자들의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리고 관습적인 어떠한 굴레에도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문학 언어, 새로운 형식의 자유를 찾아 투쟁하고 고뇌해온 작가였다.

문장부호가 무시된채 격류가 흐르는 듯한 문체.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환상과 초자연성(超自然性). 지극한 상상력을 통한 인간 내부세계로의 여행….

그는 이러한 작가적 실험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현대사회에서 잃어가는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해왔다.

국내에서는 그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대표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와 화제작 ‘예수의 제2복음’‘수도원의 비망록’이 번역돼 나왔다.

〈이기우 기자〉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