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소장-보수업체,「뒷돈거래」 무더기 적발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어쩐지 관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과 관리소장들이 일부 업체에 아파트 보수공사 등을 수의계약하거나 담합입찰을 눈감아주는 등의 대가로 공사비의 10∼20%를 리베이트로 챙기다 검찰에 붙잡혔다.

결국 아파트 입주자들이 실제보다 비싼 공사비를 지불해 입주자대표 관리소장 공사업체의 배만 불려준 셈이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26일 아파트 도장공사나 방수공사를 따게 해준 대가로 공사업체로부터 최고 4천5백만원까지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서울과 수도권의 20여개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장을 무더기로 적발해 이중 12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공사입찰을 담합해 이익금을 나눠가진 부성건설산업㈜ 대표 정익수(鄭益洙·38)씨 등 4개업체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달아난 융창건설㈜ 대표 박경표(朴京杓·45)씨를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전관리사무소장 이상교(李相敎·47)씨는 지난해 1월 정주건업㈜에 아파트 도장 및 방수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공사비 1억7천4백50만원의 26%에 해당하는 4천5백만원을 챙겼다.

또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총무이사 양경모(梁景模·40)씨는 자신이 추천한 업체가 아닌 업체가 공사업체로 선정되자 회사대표를 협박해 2천2백만원을 뜯어냈다.

검찰은 “이들 업체의 장부에서 뇌물수수자 2백∼3백명의 명단이 밝혀졌으나 워낙 수가 많아 이중수수액이 7백만원 이상인 사람들만 수사했다”며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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