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교수. 펜끝으로 분단시대의 우상(偶像)을 쪼아 쓰러뜨리려 했던 지식인. 그가 지난 5년간 종교전문지 등에 기고한 짤막한 글들을 모아 책을 냈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외부’와 대응해온 ‘남의 삶’에서 조금은 명상적인 ‘나의 삶’을 살고, 그런 성찰의 시간 속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의 그런 희망은 고희를 바라보는(69세)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얼굴을 ‘반지성 반문화 몽매 독단에 가득찬 지배세력에 의해 뭉개진 이집트 스핑크스의 코’로 비유한 제목에서부터 마지막장에 이르기까지 그의 펜끝은 ‘편견을 깨는 진실’이라는 자신의 평생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종교 문화 민족 통일 등 다양한 주제에 걸친 칼럼들은 칼날 위에 선 것 같은 선명한 비판의식이 넘쳐난다. 까치. 8,000원.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