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폭력사태]『승적박탈28인,선거이용 재기노린듯』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29분


내달 12일로 예정된 대한불교 조계종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 경내에서 4년여만에 ‘폭력사태’가 발생해 불교계 안팎에 우려를 던지고 있다.

구속된 4명을 포함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총무원 건물에 난입한 28명은 94년 조계사 사태때 서의현(徐義玄)총무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고 출범한 개혁회의에 의해 ‘체탈도첩(승적을 영구히 박탈하는 처벌)’ 당한 사람들.

4년반전 개혁파 승려들의 조계사 점거농성이라는 ‘혁명적 방법’에 의해 종권에서 밀려난 이들이 4년반만에 같은 방법으로 목소리를 낸 것.

불교계에선 이번 농성자들이 총무원장선거 출마후보들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선거판을 이용해 재기를 꾀하려고 실력행사를 한 ‘일과성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농성 참가자들이 월하(月下)종정을 등에 업은듯이 내세웠고 ‘송월주(宋月珠)현총무원장 3선 출마 반대’등 요구사항중 일부가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되고 있어 자칫 선거과열의 불씨가 될 우려도 없지 않다. 총무원측은 농성사태 직후 “월하스님과 농성자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원장과 종정과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이 앞으로 총무원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에는 현재의 송월주원장을 비롯해 지선(知詵)백양사주지, 월탄(月誕)전법주사주지, 설조(卨兆)전불국사주지, 지은(知恩)전통도사 주지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

가장 큰 쟁점은 송월주원장의 출마가 94년9월 제정된 ‘총무원장은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는 종헌을 위배하느냐 여부. 송원장은 80년 ‘10·27 법난’직전 약6개월간 17대 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논란이다. 송원장측은 “94년에 제정된 종헌을 80년 재임사실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 제한이며 당시 문공부에 의해 대표자 등록을 거부당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지선 월탄 설조 스님 등은 “송원장의 출마는 종헌에 위배되므로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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