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꼬마 다이어리」붐…스티커란등 앙증맞게 제작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25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주부 김은실씨(34)는 다이어리를 사달라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 근만(8)에게 “애들이 무슨 다이어리가 필요해”라고 야단쳤다가 어쩔 수 없이 사주고 말았다. “우리 반에 다이어리 없는 애는 나 밖에 없어”라며 졸라댔기 때문. 시샘하는 딸 근희(6)에게도 생일날 사주기로 약속했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 다이어리 갖기가 붐이다. 많게는 대여섯개를 갖고 있는 아이도 있다. 유치원생은 물론 심지어 글자를 모르는 네 살짜리 아이도 다이어리를 들고 다닐 정도. 집집마다 다이어리를 사달라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부모들은 진땀을 흘린다.

▼종류〓다이어리 가격은 2천∼2만원대. 4천∼8천원대가 많이 나간다. 특히 ‘세일러문 다이어리’가 인기. 표지는 비닐이 대부분이지만 딱딱한 투명 플라스틱도 있고 고가의 가죽제품까지 있다.

속지는 성인용처럼 일정표 주소 메모 전화번호란 외에 연예인이나 만화주인공의 사진첩을 비롯해 스티커란 스티커사진란 등으로 돼 있다. 바꿔 끼울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속지 리필제품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유행〓4∼6학년 여학생은 거의 한 두개씩 가방에 넣고 다니고 남학생도 절반은 소지. 서울 서초동의 한 문구점 주인은 “7월경부터 초등학생 사이에 다이어리 붐이 일기 시작했다”면서 “스티커 사진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스티커 사진을 끼워 두기 위해 많이 사는 것 같다”고 설명. 서울 장안초등학교 이부영교사는 “아이들끼리 예쁜 스티커 사진을 바꾸거나 스티커 사진과 속지 따먹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 쓰기 지도〓친구들은 다 있는데 사주지 않는다면 자녀의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나 정도는 사줘도 괜찮을 듯. 이 때 다이어리는 친구나 가족의 생일과 전화번호, 또는 숙제와 준비물 등 ‘잊지말아야 할 일’을 기록해두면 좋다고 설명해준다. 아빠의 다이어리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 주부 정선용씨(37)는 “다이어리를 사주면서 들고 다니며 느낀 점을 써두면 나중에 일기를 쓰거나 글짓기할 때 좋다고 일러줬다”고 소개.

다이어리가 이미 있는 데 또 사달라고 하면 “하나만 사기로 했지”라며 약속을 상기시키고 ‘어른도 일년에 하나 밖에 안쓴다’고 알아듣게 설명.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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