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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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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노숙자들이 계속 훌쩍이며 눈가를 훔쳤다. 7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사랑의전화 예술극장. 60년대 유랑극단 출신 배우들이 실직노숙자들을 위해 악극 ‘어머니 울지마세요(원제:불효자는 웁니다)’를 공연하는 동안 노숙자 1백여명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허름한 옷차림에 ‘사랑의 전화’복지재단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초청장’을 들고 한두명씩 나타난 노숙자들에게 극중 어머니는 곧 자신들의 불쌍한 어머니였고 극중 못난 아들은 자신들의 초상화였다.
극중 어머니가 큰아들 내외에 쫓겨 강물에 빠져죽으려는 장면부터 연방 헛기침을 터뜨리던 실직자들은 그 어머니가 집나간지 10년만에 돌아온 둘째 아들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자 하염없이 울었다.
사업에 실패해 서울역에 나오게됐다는 이모씨(61)는 아예 팔뚝으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어머니가 제가 여기있는 것을 아시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요.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충북 진천에서 서울로 올라온지 일주일됐다는 오치성(吳致成·26)씨는 “올라올때 어머니가 쥐어준 차비라도 갚으려면 어떻게든 취업에 성공해야한다”며 재기를 다짐하기도 했다.
연극이 끝나고 다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극중 노래를 함께 부르며 자리를 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