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공상소설 「드래곤 라자」-「왜란 종결자」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아직은 낯선 이름인 환타지소설, 환상소설. 이 새로운 소설 장르가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 대표작인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황금가지)와 이우혁의 ‘왜란 종결자’(들녘). 시공을 뛰어넘는 무한대의 상상력을 보여 주는 두 소설은 기존의 정통 소설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가히 충격적이다.

‘드래곤 라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PC통신 하이텔에 3백24회나 연재되면서 팬들을 열광시킨 작품. 원고 분량만 1만3천매. 연재 매회마다 3천∼4천회, 모두 90여만회의 통신 조회를 기록했을 정도다.

소설의 무대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이종족(異種族)이 함께 사는, 그야말로 공상의 세계. 17살의 주인공 ‘후치’가 용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인 ‘드래곤 라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주요 내용이다. 전쟁과 음모, 권력층의 암투, 괴물과의 싸움 등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독자들의 의표를 찌르며 시종 긴박감을 잃지 않고 있다.형식은 낯설지만 메시지는 지극히 정통적이다. 인간과 이종족과의 갈등을 통해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기 때문.

‘왜란 종결자’도 ‘드래곤 라자’에 뒤지지 않는다. 이 소설을 쓴 이우혁은 화제작 ‘퇴마록’의 바로 그 작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환상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 우선 흥미롭다.

임진왜란 당시의 실제 인물을 비롯해 전쟁의 와중에서 사라져간 영혼들과 저승사자, 마귀, 갖가지 동물들이 일대 혼전을 치르며 역사의 격랑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려냈다.

이제 소외의 그늘을 벗어나 소설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환상소설. 그 만화같은 상상의 세계, 환상적 이야기들이 IMF 시대 지칠대로 지쳐버린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이지.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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