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선 피붙이도 남남』…IMF이후 가족간 소송급증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핏줄’사이의 소송이 늘고 있다. 경제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부부나 가족, 친인척간의 ‘돈빚 갈등’이 마침내 법정으로 옮아가고 있다.

서울 용산에 사는 신모씨는 5월말 아들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92년 1월부터 98년 4월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생활비와 사업자금으로 빌려간 돈 11억여원을 갚지 않는다”며 대여금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신씨는 “돈 갚을 시기와 이자율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빌려준 것”이라며 “최근 아들 부부에게 수차례 갚으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아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팔순의 오모씨는 사돈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경우.

94년 사돈이 3천만원을 대출받을 때 연대보증을 섰는데 사돈이 빚을 못 갚는 바람에 유일한 재산인 집과 땅(10여억원 상당)이 법원 경매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이나 분할재산 이혼위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 상대의 재산을 미리 압류하는 가사(家事)사건 관련 가압류신청도 크게 늘었다.

4월 한달간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가압류신청은 3백건. 이는 1월의 1백47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예전의 부부나 친인척간 ‘경제소송’은 대부분 ‘재산을 더 갖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저마다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소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빚 때문에 이혼소송을 이용하려는 부부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올 1·4분기 상담사례 1백2건을 분석한 결과 배우자의 일방적인 채무를 부부가 함께 져야 하느냐는 상담이 17건이나 됐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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