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편 장단점]권위의식없어 가정화목…집장만은 늦어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여성이 연하의 남성과 결혼하면 뭐가 좋을까. 연하의 남편과 결혼한 아내가 말하는 장단점.

▼조명희씨(45·K보험사직원)〓일곱살 연하인 남편이 대학에 다닐 때 결혼했다.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아버지의 나이는 38세. 부자가 같이 다니면 “형제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형같은 아빠’ 노릇을 잘 해낸다. 때론 아버지로서 미숙하긴 해도 내가 메울 수 있는 부분이다. 노래방에 가면 남편과 ‘세대차이’가 난다. 남편이 끊임없이 화려하게 꾸미라고 보채는 것도 어려움이다. 하지만 남과 ‘약간’ 조건이 다른 결혼일 뿐이다.

▼이정화씨(35·주부·서울 용산구 후암동)〓네살 아래 남편이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할 때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못 기다린다. 그때까지 내가 결혼하지 않으면 인연이 닿지 않겠느냐”고 대답했지만 내 주위에 머물던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알고 면회를 갔다. 지금도 “야” “너”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남편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에 가면 ‘젊은 아내들’ 때문에 긴장한다. 하지만 남편이 “내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지현씨(36·대학강사·광주 북구)〓91년 세살 연하인 남편에게 ‘접근’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발견해도 여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데 연하의 남자 경우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사회진출이 늦은 젊은 남편과 살다보니 친구들이 겪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 친구들은 부장급 남편과 살면서 30, 40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단칸방 생활에서 갓 벗어났다. 하지만 식사준비나 청소를 적극 도와주고 나를 무시하는 일이 없다.

▼정명효씨(47·주부·경기 고양시 마두동)〓83년 네살 아래 남편을 만났다. 패션디자이너로 “독신생활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들였다. 장난을 좋아하는 젊은 남편과 살다보니 따라서 젊어지는 느낌이다. 아내라고 무시하거나 억지주장을 펴는 가부장적 권위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친구처럼 편하게 어려운 일을 풀어나간다. 동사무소에서 남편의 민방위훈련 통지서를 나눠주러 와서 “형수님이냐”고 묻는 일도 있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친구들도 지금은 모두 부러워한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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