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결혼한 여자와 결혼안한 여자」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새해엔 결혼을 해, 말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극단 서전의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를 볼 필요가 있다. 처녀시절 영세한 출판사에 다니면서 일찌감치 삶에 지쳐버린 정애는 탈출구로 결혼을 선택한다. 남편이 배고플 때 밥상이 되고, 커피가 되고, 재떨이가 되고, 아이들의 젖이 되고, 장난감이 되는 「전업 주부」로 자리잡는다. 결혼이란 자신을 깎아내는 것이라는 깨달음. 반면 친구 수인은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결혼을 두려워한다. 죽어라 공부만 했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유부남과의 어긋난 사랑에 빠져 허우적댄다. 「급진적 페미니즘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 연극은 그러나 결혼은 해도 불행하고 안해도 불행하다는 「지나치게 평범한 진실」을 담고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극중 결혼을 한 여자도, 안한 여자도 자기 의지나 선택에 의해 그렇게 산 것이 아니었다. 정애는 자기 삶을 의탁하기 위해 남자를 택했고 수인은 실패가 두려워 결혼을 거부했다. 결혼을 해도 불행하고, 안해도 불행하다면…. 역으로 결혼을 안해도 행복하고 해도 행복하다는 가설도 성립될 수 있다. 어느쪽을 선택할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김윤미 작 박계배 연출. 98년 1월 1일∼3월 29일 화∼목 오후7시 금∼일 공휴일 오후4시반 7시 샘터파랑새극장. 02―763―8969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