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이 관객을 모으고 있다. 명상과 요가, 선(禪)으로 상징되는 아시아 종교는 물론 동양화와 도자기, 동양의 언어와 의학 등 「동양적인 것」이라면 신비주의에 빠지는 현대 서양인들의 한 단면처럼 보인다.
인도 뉴델리의 델리대 역사학박사 출신인 숭실대 이옥순교수는 『철학과 종교를 위해 찾아온 연구자, 혹은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순례객 등으로 뉴델리 시내는 항상 외국인으로 붐빈다』고 말한다. 내외국인을 통틀어 1억에 가까운 관광객은 인도경제 속의 관광산업 비중을 해마다 높여가고 있다. 다양다기한 종교가 남긴 유적, 원시 자연의 생활속에 우파니샤드나 베다를 외우는 신기한 사람들, 요가와 고행을 하는 수도승 등 「오리엔트」의 오묘함을 찾아나선 이들.
그렇지만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이들 서구인에 대해 인도의 많은 학자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인도(혹은 아시아)를 찾았던 60년대 히피족의 퇴폐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보는 것은 생존의 터전이나 삶의 전체상과 동떨어진 단편적인 문화 현상에 지나지 않아 위안을 얻는다 해도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흔히 「인도는 모든 것이 순진해서 좋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은연중 「세련된 것은 인도(혹은 아시아)답지 않다」는 서구중심의 우월적인 생각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오리엔탈리즘이란 표현 자체를 거부하는 인도학자들이 많다는 것이 이교수의 평가다.
결국 서양의 동양종교에 대한 관심은 그 자체가 서양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라는 인류사의 변환 국면에 등장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일지 모른다.
〈조헌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