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와 폭 2∼4m에 무게 4백∼5백㎏인 대형 구리 조각들. 그러나 작품들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국내외 금속작가들중 구리를 이용해 대형 조각을 하는 작가는 드물다. 국전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지내며 30년동안 일관되게 구리 조각 작업을 해온 조각가 엄태정씨(서울대교수·59). 그가 10월1∼1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02―734―8215)에서 6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주제는「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 구리가 지닌 특성을 연구하고 표현해온 자신의 작업세계를 상징한다. 전시작품은 20여점.
그는 『청동은 제기 무기 농기구 등 역사속에서 인간과 친근한 관계를 맺어온 금속』이라며 『어떤 금속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철에 비해 구리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요인은 그 재질이 지닌 부드러움과 정감있는 색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엄교수는 『구리의 「표정」을 드러내기 위해 표면을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따뜻한 색이 드러나도록했고 매끈하고 넓은 면과 곡선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형태의 단순화도 한 특징. 그는 『재료의 성질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다 보니 인위적인 조형을 배제하게 됐다』며 『선언적 의미를 담기보다는 관객과 함께 편하고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