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오후엔 축구와 약속』…결혼식-등산 모두 『뒷전』

  • 입력 1997년 9월 27일 20시 20분


「28일 오후2시에는 한국축구대표팀과의 선약(先約)이 있습니다」. 일요일인 28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축구 최종예선 한일전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박찬호의 14승 경기」 때 이상으로 뜨겁다. 많은 시민이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이날 오후 약속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경기 결과를 놓고 직장동료나 친구들간에 내기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장순(金章淳·28)씨는 한일전이 일요일 오후 늦게 시작되는 줄 알고 있다가 오후 2시에 킥오프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날 오후 1시로 정했던 사업약속을 오후 6시로 바꿨다. 회사원 양재원(梁宰源)씨는 『28일 친구들과 등산가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친구집에 모여 함께 중계방송을 보기로 했다』며 『축구 때문에 가까운 친구 결혼식 참석을 포기한 회사동료들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를 하루 앞둔 27일 각 회사 사무실에는 경기 결과를 놓고 내기를 거는 직장인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회사원 이상용(李相庸·29)씨는 『고교동창들과 내기를 걸었는데 모두 한국이 이긴다는 쪽에 거는 바람에 스코어 알아맞히기로 바꿨다』고 말했다. 회사동료들과 점심내기를 걸었다는 김동수(金東洙·29)씨는 『직원 중에는 회사동료와의 내기 외에 고교동창 대학동창 등과도 내기를 건 사람이 꽤 많다』고 전했다. 한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응원전을 펼칠 컴퓨터통신 축구동호회 「레드 데블스」회원 58명은 27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했다. 출국하지 못한 나머지 회원들은 대학로의 한 술집에 모여 대형 멀티비전을 보며 국내 응원전을 벌이기로 했다. 컴퓨터 통신방에는 이미 며칠 전부터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글들이 가득차 있다. 서울 신촌의 술집 「카스캐빈」과 음식점 「형제갈비」는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2시부터 한국팀이 골을 터뜨릴 때마다 손님들에게 맥주 1병씩을 무료 제공한다. 한국이 이기면 모든 손님에게 맥주를 무료 제공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현두·윤종구·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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