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소설가 정한숙씨]현실에 발디딘채 이상 추구

  • 입력 1997년 9월 18일 08시 22분


17일 타계한 소설가 정한숙씨는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딛고도 끝없이 이상을 추구한 작가로 평가된다. 평북 영변출신으로 공산치하를 피해 월남한 그는 47년 정한모 전광용씨와 「시탑」 「주막」 동인으로 참여하며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전쟁이라는 사회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종가(宗家)를 지키려는 구세대와 인습의 굴레를 벗으려는 신세대간의 갈등을 그린 초기 대표작 「고가(古家)」, 낙원을 찾으려는 인간의 희망과 그 좌절을 그린 「이어도」 등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냉정한 시선으로 현실을 관찰하면서도 꿈을 좇는 이상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버리지 않았다. 또 남북분단의 현실을 닭장에 비유해 우화소설 「닭장관리」를 쓰는 등 창작기법의 실험을 다양하게 시도했으며 「잠든 숲속 걸으면」 등의 시집도 펴냈다. 평생 고려대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창작활동이 왕성해 소설가협회 부회장을 맡았으며 단편 「전황당인보기」 「금당벽화」 장편 「암흑의 계절」 「끊어진 다리」 역사소설 「이성계」 「처용랑」과 문학이론서인 「소설문장론」 「현대한국문학사」 등을 남겼다. 91년 회원직선으로 예술원회장에 선출됐으나 몇개월후 문예진흥원장에 임명돼 회장직을 중도사퇴하기도 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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