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신돌이 학습법」 오신석군

  • 입력 1997년 8월 19일 07시 52분


14세 대학생 오신석군(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토익(TOEIC) 7백40점, 일본어시험(JPT) 8백5점에 중국어도 수준급이다. 2년 전 제주 위미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해 중졸 검정고시와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지난 해 방송대에 합격했다. 중학교 2학년이어야 할 나이에 법대를 다니고 외국어를 3개씩이나 마스터한 오군을 많은 사람들은 「신동」이라 부른다. 그러나 오군의 실제 IQ는 1백12. 그 또래 평범한 아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오군은 어떻게 보면 만들어진(?) 천재다. 학교에 제대로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가정형편. 그 와중에 엄마의 가출. 그러나 아버지 오승기씨(36)는 자식교육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오씨는 월수입 30만원의 양봉업을 하다 그것도 여의치 않아 공사장으로 뛰어들어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오씨는 독특한 방법으로 아들 신석이를 가르쳤다. 6세 때 신석이는 NHK뉴스를 처음 봤다. 아버지가 녹화를 떠다 매일 틀어줬다. 위로를 받으려고 읽기 시작한 성경도 일본어판으로 바꿨다. 일본사람이 성경을 낭독한 카세트테이프도 반복해 들었다. 8세 때 신석이는 같은 또래 일본애들 만큼 일어를 할줄 알게 됐다. 영어와 중국어도 같은 방법으로 익혔다. 그렇게 해서 얻은 토익 점수가 9백90점 만점에 7백40점. 고졸인 아버지 오씨도 신석이를 가르치면서 공부를 새로 시작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재미있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교과를 다시 보자」는 게 아버지의 공부법. 문법―독해―연습문제 순으로 진행되는 지루한 학교의 외국어교육은 죽은 학습이라는 것이다. 신석이는 회화를 먼저 했고 작문―문법 순으로 외국어를 공부했다. 이처럼 「새 시각으로 하는 공부법」으로 아버지와 신석이는 다른 과목들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공부에 고행(苦行)은 금물. 잠은 꼭꼭 6∼9시간씩 잤다. 신석이는 지난해 아버지와 나란히 방송대에 합격하면서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다.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아무 일도 못하고 온종일 전화만 받았다. 아버지는 이 방법을 「신돌이 학습법」이라 이름 짓고 「신돌이 학습법」이란 책도 냈다. 신돌이 학습법의 인기 덕분에 쪼들리던 살림도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학습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이웃들을 만나면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난 가슴을 후벼파는 서러운 기억에 신석이는 요즘도 자주 눈가가 뜨거워진다.『빨리 돈을 모아 다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친구들도 그립고요. 방송대 졸업하면 캠퍼스가 있는 대학에 다시 갈래요』 「평범한 천재」 신석이는 꿈도 그 또래 아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이 평범하고 소박했다.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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