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땅주인소송,미당 서정주 편지가 결정적 증거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월북작가 林和(임화)씨의 아내가 未堂 徐廷柱(미당 서정주)시인에게 보낸 편지 한장이 시가 10억원대의 땅주인을 결정했다. 문제의 땅은 지난 44년 경성부 동대문구 회기정(현재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사는 玄在德(현재덕)씨 이름으로 등기된 인천 청천동 나환자촌 토지 1천8백여평. 이 땅은 40년동안 임자없이 방치돼 있다가 지난 92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이모씨가 자신의 남편인 월북 만화작가 현재덕씨의 땅이라며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그러나 등기이전을 마친 이듬해 작가 현재덕씨와 동명이인의 할아버지를 둔 현모씨가 문제의 땅은 자신의 조부 땅이라며 이씨를 사문서위조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땅의 주인을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현재덕이란 이름과 44년 당시 재덕씨가 회기동에 살고 있었다는 것 뿐이었다. 검찰은 수사끝에 이씨와 현씨가 모두 이 땅의 주인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씨는 남편 재덕씨가 회기동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전국 도서관을 뒤진 끝에 임화씨의 부인 지모씨가 미당에게 보낸 편지가 실린 논문 한편을 발견했다. 같은 월북작가인 남편의 형 현덕(본명 경윤)씨가 임화씨와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와 관련된 기록을 뒤지다 찾아낸 것이다. 이 편지에는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이웃엔 현덕씨 형제도 살아요」라는 땅주인을 가릴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들어 있었다. 임화씨의 집은 당시 회기동 재덕씨의 집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朴在允·박재윤 부장판사)는 원고측이 이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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