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아이스하키클럽「리틀 미래로」,『몸싸움 사양안해요』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지름 7.6㎝짜리 퍽을 쫓아 얼음판을 누빈다. 가냘픈 몸으로 떠받쳐야하는 장비의 무게는 20㎏. 링크에서 내뿜는 싸늘한 냉기가 뼛속깊이 파고들지만 그 무엇도 소녀들의 열정을 식히지는 못한다.

젊음과 스피드의 대명사 아이스하키. 특유의 격렬함때문에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던 금녀(禁女)의 영역이 당찬 신세대들의 거침없는 도전앞에 마침내 문을 열었다.

10대들로 구성된 아이스하키클럽 「리틀미래로」팀의 소녀 6인방. 유혜영(12) 한정미(12) 정미나(12) 이희진(11) 최서윤(11) 최나현(9). 한국아이스하키의 새 역사를 써나가는 자랑스런 이름들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에 재학중인 이들은 팀에 없어서는 안될 보배. 스케이팅기술과 유연성은 물론 투지에서 또래의 남학생들을 능가할 뿐 아니라 운동에 임하는 열의도 남다르다.

입문한지 7개월이 채 못되는 햇병아리들이지만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프로급. 자기보다 덩치가 큰 남학생들과의 몸싸움도 절대 피해가는 법이 없다. 이들이 스틱을 잡게된 동기는 단순하다. 지난해 12월 팀창단을 전후해 우연히 목동아이스링크를 찾았다가 연습장면에 끌려 가입을 결심했다. 한마디로 너무 멋져 보여 그대로 돌아설 수 없었던 것.

해보고 싶어 가입원서를 냈지만 처음에는 넘어지고 깨지는 시련이 따랐다. 그러나 결과는 대만족. 얼음판을 질주하며 스틱을 휘두르다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갔다.

한두달 기본기를 깨친 다음 자신감이 붙자 협회등록선수들과의 정식경기에도 출전신청을 냈다. 결과는 3전3패, 역시 실력차가 드러난 게임이었다. 그렇지만 마음껏 뛰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아이스하키가 인연이 돼 만난 사이지만 이들의 우애는 남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 각자 포지션에 따라 서로 도와야하는 경기특성상 자신만을 챙기는 이기심은 발붙일 곳이 없다.

앞서가는 동료에게 제때 패스를 해줘야 하고 상대방의 공격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내야 한다. 나 혼자 잘해보겠다는 생각은 얼음판에서는 절대금물. 팀플레이를 익히는 것이 기본이다.

다음달이면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최초의 여자아이스하키팀이 만들어진다. 클럽에 소속돼 있다가 일정수준에 오르면 학교팀으로 편입하는 남학생들과 달리 활동공간이 부족한 여학생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

창단에 필요한 회원수는 20명안팎. 요즘도 가입문의가 끊이지 않는 추세를 감안하면 창단예정일인 8월말까지 목표인원을 채우는 것은 무난할 전망. 오히려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 장비가 달릴까봐 걱정이다.

『하고 싶을때까지 아이스하키를 계속했으면 해요. 가능하면 국제대회에도 나가고 싶고요.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북한에도 여자팀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팀이 없는 것은 말이 안되잖아요』

얼음판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는 「맹렬소녀」들의 당당한 주장이다.

〈이헌 기자〉

▼ 클럽가입 이렇게 ▼

절정의 스피드와 격렬함이 짜릿함을 안겨주는 젊음의 스포츠 아이스하키.

최근 전국 대도시에 실내링크가 속속 생겨나면서 동호인들로 구성된 클럽팀이 늘어가는 추세. 현재 전국적으로 1백여명의 10대들이 각 클럽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있다.

클럽별로 대개 20∼4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시로 가입신청을 받는다. 일단 클럽의 회원으로 등록하면 매달 15만원안팎의 회비외에 추가부담은 없다. 소속클럽에서 스케이트와 헬멧 장갑 보호장구 등 장비일체를 제공하고 전문강사로부터 강습도 받게 해준다. 대개 일주일에 두세차례 저녁시간을 이용, 기본기부터 간단한 전술훈련까지 강습을 실시한다. 초보자도 대개 3개월 정도면 실전에 필요한 기초를 익힐 수 있다. 기본적인 기술을 배운 뒤에는 연간 서너차례씩 클럽팀들이 참가하는 리틀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일정수준에 오른 뒤에는 자기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 초등학생은 50만∼60만원, 중고생은 1백만∼1백20만원이면 장비전체를 갖출 수 있다. 장비는 링크에 있는 전문숍에서 살 수 있다.

〈이헌 기자〉

◇전국 실내링크

목동 02―643―3057

과천 02―500―1451

분당 0342―720―9732

인천 동남 032―814―7000

대구 053―357―6021

전주 0652―224―3780

◇실업팀 부속리틀팀

리틀미래로 02―3271―4303

리틀위니아 0343―50―6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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