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미사포도주 왜 안취하나…도수낮은 최상급 특별생산

  • 입력 1997년 7월 1일 20시 11분


최고급 국산 포도주는 어떤 것일까. 포도주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뭐니 뭐니 해도 성당의 미사용 포도주가 최고』라고 말한다. 미사포도주는 신부가 미사를 집전할 때 영성체의식 도중 마시는 것으로 「예수의 피」를 상징하기 때문에 절대로 버리거나 흘려서는 안된다. 미사포도주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포도 재배에서부터 포도주 생산까지 최고급품을 향한 정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 77년부터 미사포도주를 독점 생산해온 두산백화 具立本(구입본)생산팀장은 『미사포도주의 원료로 국내 최고 품질인 경남 밀양산만을 쓴다』고 말했다. 수확일에는 밀양성당 신부가 포도밭에 와서 좋은 포도주맛을 위한 축성식을 집전한다. 술을 담글 때와 술맛이 익어가는 2월에는 미사주 제조 감독기관인 왜관 수도원의 독일인 아돌프 수사가 경산 공장에서 포도주 맛을 직접 테스트한다. 그는 10년째 미사주 시음을 해오고 있는 포도주 전문가.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주는 일반 포도주의 두배인 2년간 지하 저장탱크에서 숙성과정을 거친 후 전국 각 성당에 보급된다. 미사포도주의 알코올도수는 일반포도주(약 11도)보다 낮은 7도. 원래는 12도였다가 95년 가톨릭측의 요청에 의해 7도로 낮췄다. 미사포도주의 연간 생산량은 7백㎖짜리 12만병. 고급 중의 고급인 미사포도주지만 가격은 일반 포도주(약 7천원)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1천3백원. 구팀장은 『원가보다 훨씬 싼값에 납품하고 있지만 회사 이미지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인 두산그룹 朴容旿(박용오)회장 일가의 신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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