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을 망그러뜨리면서 빚어내는 웃지 못할 일들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독일 아동도서상을 수상한 요르크 뮐러의 산뜻한 채색화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원스럽게 드러내주고 있다.
다람쥐와 개울물과 함께 어울려 살던 곰아저씨는 단풍이 들고 첫눈이 내리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에 빠진다. 긴 동면에서 깨어나 땅 위로 올라가자 산과 물은 어디론지 사라져버리고 처음 보는 공장건물들이 우뚝우뚝 서있다.
발랄한 상상력의 동화작가 슈타이너는 곰아저씨에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을 치르게 한다. 공장 사람들은 자신을 곰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일거리를 처리할 인부로 생각한다. 그들은 곰아저씨를 동물원과 서커스단으로 데려간다.
『저기 저 곰처럼 하루 종일 우리 속에 들어가 있거나, 공굴리기 춤추기를 제대로 해낼 수 있어야 진짜 곰이야. 그런데 넌 아무 것도 못하잖니. 그래도 네가 곰이야?』
결국 막일꾼이 된 곰아저씨는 하루 종일 계기판 앞에 앉아 버튼 누르는 일을 한다. 그러나 다시금 단풍이 들기 시작하자 곰아저씨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고 공장 감독은 마침내 그를 내쫓아 버린다. 『뭐야, 이거. 일하는데 전혀 뜻이 없구먼』
낙심천만한 곰아저씨가 떠나는 길 앞에는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는 눈이 내린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새와 벌레, 나무와 꽃들을 「감정 없는 미물」로만 여길 수도 있다.
삼라만상에 감정이 있으며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뜻 깊은 주제를 유머러스한 필체, 다양한 사건으로 담고 있는 현대적 동화다. 고영아 옮김.(비룡소·6,500원)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