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한끼먹기 「감량」끝에 병원신세도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3분


공부스트레스에 시달리는 1318들. 「살」과의 전쟁은 공부보다 더 심각하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독백. 살이 쪘거나 말았거나 우리는 자신이 뚱뚱하다고 믿는다. 너, 제 정신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모든 걸 팽개치고 정말 심각하다. 끼니를 걸러서라도 살을 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H양(16·Y고)은 지난달 신체검사에 앞서 일주일 내내 한 끼씩만 먹고 버텼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지만 꾹 참고 신체검사일까지 견뎌냈다. 체중계에서 내려온 후 매점으로 달려가 그동안 못먹었던 떡볶이랑 만두랑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양호교사인 유모씨(여·D여고)는 『봄이 되면 한달전부터 신체검사일이 언제냐는 문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신체검사에 맞춰 「감량 작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양호실에 먼저 들르는 고정 멤버도 여럿. 매일매일 몸무게를 달아보고 하루의 생활을 시작한다. 「비만도」 항목이 건강기록부에 추가된 뒤 생긴 새 풍속도다. 1318들 사이에서 비만이 「몸서리치는 죄악」이 된지는 오래다. 모두들 비쩍 마른 몸매를 갖고 싶어 안달이다. TV에 등장하는 자신의 「우상」을 「동경」하다 못해 「동일시」하려고 한다. 「롱다리」는 유행어가 아니라 이미 일반명사가 되어 버렸다. 미스유니버스 미스유니버시티 슈퍼모델 슈퍼엘리트모델 등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각종 미인 행사도 이들의 살빼기를 부추긴다. 비쩍 마른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한지 오래다. 국내 1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의 한 의류브랜드. 이 업체는 「키 1백60㎝ 몸무게 45㎏ 허리 24인치」 정도의 체격에 맞는 옷만 만들어낸다. 다른 사이즈의 옷은 찾아볼 수 없다. 「뚱뚱한 당신은 우리 옷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식의 마케팅 전략이다. 뚱뚱하면 이미 여성도 아니다. 매장에 들렀다가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가 아예 생산조차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생각해보라.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말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뚱뚱한 청소년이 늘고 있는 것은 이미 심각한 현상.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가운데 10%는 표준 체중보다 20∼30%정도 무게가 더 나가는 뚱뚱한 학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비만 학생들을 학교에서 효과적으로 관리 지도하기 위해 「소아비만 관리지도방안」까지 마련해 학교에 시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살을 빼려는 시도는 자칫 위험하다. 최근 「여고생 대부분이 빈혈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무조건 굶어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다. 더 심각한 피해도 있다. 비만클리닉을 찾는 젊은 여성 가운데 3분의 1정도는 폭식증이나 거식증등 신경정신과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신장애를 보인다. 폭식증은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티다 한꺼번에 지나치게 음식을 많이 먹어버린다. 음식을 먹고 나면 살이 찔까봐 손가락을 입에 넣어 일부러 토해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먹기만 하면 토하는 습관이 생긴다. 거식증은 지나친 다이어트 끝에 아예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는 경우다. 〈홍석민 기자〉 ▼ 나는 정말 뚱뚱한가 ▼ 1. 신장체중측정법 표준체중은 키(㎝)에서 1백을 뺀 후 여자는 0.85, 남자는 0.9를 곱한다. 비만도는 「현재체중÷표준체중×1백」으로 계산한다. 비만도가 △90∼1백10이면 정상 △1백10∼1백20이면 체중과다 △1백20∼1백40이면 비만 △1백40이상이면 과비만이다. 이 방법은 키가 작은 사람의 경우 비만도가 너무 높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2. 체질량지수측정법 체질량지수(BMI)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구한다. 이 수치가 △20이하면 체중 부족 △20∼24면 정상 △24∼26.4면 체중과다 △26.4이상이면 비만이다.(일본비만학회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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