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도 번역자도 아닌 출판사 사장이 당당히 「나의 책」이라고 외치다니….
아홉살 네살배기 두 딸의 엄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많을 나이인 서른다섯살의 여자가 직원 3명의 소꿉장난같은 출판사를 차렸다. 2년간 다섯권의 책을 만들며 그녀는 단 한통의 주문전화도 걸려오지 않는 사무실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짐하곤 했다.
『언젠가는 식탁에 꽂아놓고 온가족이 돌려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거야』
창업 3년째 마침내 그 여자, 고석씨(37·이레출판사 사장)는 저녁밥상에서 화제거리가 되는 책을만들었다. 97년최대의 베스트셀러인「마음을 열어주는101가지 이야기」.
「불황이 아니라 공황」이라는 비명이 터져나오는 출판가에서 어떻게 「101가지 이야기」만이 그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열었을까. 고씨는 그 이유를 「소박한 진실이 주는 감동」에서 찾는다.
『「101가지 이야기」의 흡인력은 어려움에 처해서야 비로소 깨닫는 사랑 용기 희망같은 가치의 소중함을 평범한 사람들의 체험담으로 일깨운다는데 있습니다』
실업난 한보파장 등 악재가 거듭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당신이 이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끼거나 외롭다고 생각될 때/나를 찾으세요」라는 서문은 더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101가지 이야기」는 쉽게 읽힌다. 출판사 사장이기 이전에 프리랜서작가인 고씨는 『책에 실린 에피소드마다 적절한 우리식 제목을 달고 번역투를 없애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가 되자 곱지 않은 시선도 늘어났다. 「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건강한 비판의식마저 잠재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러나 고씨는 그런 비난이 『휴머니즘의 정서를 얕잡아보는 우리 지식인사회의 지적 오만』이라고 맞선다.
『직장암에 걸린 30대 독자가 한꺼번에 50권을 사간 일이 있습니다. 다른 암환자들에게 읽혀 자기처럼 희망을 갖게 하고 싶다더군요.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려면 사람들 사이에 메아리가 되는 영혼의 울림이 필요합니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