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청바지차림에 빗지 않아 헝클어진 반백의 머리. 「만년히피」같아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표정.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작가 이제하씨.
그가 환갑을 맞는다. 서울 평창동 언덕의 차고를 개조한 그의 셋방살이 작업실은 90년대 문단의 대표적인 사랑방. 이곳을 아지트삼아 드나들면서도 그의 환갑을 몰랐던 동료문인들이 이씨의 생일을 한달여 앞두고 부랴부랴 기념문집을 만들고 있다. 이름하여 「인생」(열림원).
참여작가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서영은 김채원 신경숙 김형경 윤대녕 구효서씨 등 12명의 인기작가가 소설을 쓴다. 김혜순 장석남 허수경 이진명씨 등 10명의 시인이 「인간 이제하」를 시로 형상화하고 김사인 남진우 박혜경씨는 「이제하론」을 펼친다.
그가 이처럼 문인들에게 큰 그늘을 드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책임을 맡은 시인 정은숙씨(열림원주간)는 그가 삶으로 보여주는 「자유」와 「예술혼」에서 이를 찾는다. 『환갑의 나이에도 록과 사이버를 탐구하는 열린 정신, 주머니에 돈이 떨어져도 과작(寡作)으로 일관하는 고집, 소설 시 그림 영화평 노래를 넘나드는 전인성(全人性)…. 그의 삶은 작가들 사이에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예술가」의 한 전형이다』
〈정은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