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헐렁 늘어지는 힙합패션과 깡똥하고 촌스러운 복고패션. 요즘 중고생들 사이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 패션이 뒤섞여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되는대로 마구 뒤섞인 것만은 아니다. 『압구정동에서 복고 입으면 돌 맞아요』 『수유역에 힙합 입고 갔다 왕 쪽팔렸어요』라는 말들이 나오는 걸 보면 같은 서울이지만 강남패션과 강북패션에도 엄연한 차이가 있나 보다.
힙합패션은 힙합댄스 랩송과 어우러진 하나의 문화. 거리의 먼지는 혼자 다 쓸고 다니는 일명 「똥싼 바지」가 힙합패션의 핵이다. 허리 36인치가 기본인 사이즈 큰 바지에 길게 늘어뜨린 벨트, 헐렁한 박스티에 체크남방, 바지 밑단에 덮이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신발이 묘하게 어울린다.
바지를 골반에 걸치도록 내려입다보니 배꼽이 드러난 허리에 체인벨트를 두르거나 멋진 팬티가 살짝 보이게 입는 등 응용패션이 뒤를 잇는다.
이중 헐렁한 바지, 체형에 맞지 않는 신발, 지나치게 긴 허리띠는 교육부가 최근 학생생활지도단속 항목으로 발표해 중고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하다.
복고바람은 2, 3년 전부터 불었다. 처음엔 선글라스같은 액세서리에서 나타나다 올해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예 뒤덮어버렸다. 일부 학생들은 교복상의의 어깨 품 팔길이를 줄여 복고패션으로 입고 다닐 정도.
진청색의 칠푼 나팔바지나 무릎길이 스커트, 칠푼소매 셔츠나 꽃무늬 티셔츠에 꼭 끼는 재킷, 목에 맨 화려한 프린트의 짧은 스카프, 촌스러운 손가방이 대표적인 복고패션이다.
부스스하고 보글보글한 「폭탄 머리」나 눈두덩의 시퍼런 아이섀도, 커다란 알의 뿔테 선글라스, 빨간 그물 스타킹은 어른들을 아예 기겁하게 만든다. 서울 명동 유투존의 복고패션브랜드 「현기증」의 숍마스터 우선경씨는『복고패션은 기존 코디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꺼벙해보이거나 아무렇게나 막 입은 것처럼 입는 것이 제 멋』이라고 설명한다.
어른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고」 「유치한」 1318들의 요즘 패션. 그들에게 물어보면 『힙합이 편해요』 『복고, 멋있잖아요』라는 간단한 답들이 돌아온다.
미국 힙합브랜드 직수입판매를 시작한 ㈜데코의 이미아 홍보실장은 『1318들의 패션은 강렬한 변화추구와 집단의식을 통한 안정추구라는 모순된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튀긴 튀되 다 함께 튀는 격.
『저는 힙합이 좋은데 친구들이 복고 입으라고 자꾸 갈궈요. 개성있게 입는 거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개성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범생이 패션」을 비웃는 애들이 많아요. 하지만 힙합은 미국을, 복고는 일본을 무조건 따라하는 거 아닌가요』
중고생들이 요즘 유행에 대해 스스로 하는 비판에도 귀기울여 봄직하다.
〈윤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