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아버지의 날. 이 땅의 아버지들은 지금 고용불안시대의 명퇴문제와 가정에서의 역할 축소 등으로 「고개 숙인 아버지」들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아버지들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가정사회학자 변화순박사(한국여성개발원)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아버지는 생계유지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가정의 정서적 유대감을 위한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위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변박사는 아버지모임 전국연합(선임공동대표 정송)이 아버지의 날을 맞아 주최하는 「아버지문제와 그 해결방안」 세미나에 미리 제출한 「자녀교육으로 야기되는 부부갈등을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생활수준의 향상과 사회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가족 내에서도 남성위주에서 부부평등의 관계로 변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이같이 지적했다.
변박사씨는 『그러나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자라온 아버지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민주적 아버지의 역할에 익숙하지 않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양식을 택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박사는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서는 『부부, 부모―자녀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여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버지와 자녀의 대화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로서 아버지가 자녀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적은 시간의 대화로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과정에서 아버지가 자녀의 의견을 수용하기보다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면 대화가 적어진다는 것.
또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수용할 때에는 부부간에 일관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견 일치가 어려울 때에도 부부간에 먼저 차이를 이해해 어느 한 쪽이 부모―자녀관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자녀에게 충고나 지시를 할 때에는 자녀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감정도 이해해야 한다.
아버지로서는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물론 자녀가 어려서부터 생활을 함께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며,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관여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버지는 동시에 성평등한 부모로서의 인식을 갖고 자녀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기법 습득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변박사는 아울러 사회적으로 △자녀양육에 대한 아버지의 경제적 부담을 사회가 분담해야 하고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의 증대를 위해 아버지에 대한 육아휴직 허용 등 직장근무조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