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58)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48〉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총독은 나에게 물었습니다. 「이 목걸이가 웬 것이냐?」 총독이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내심으로 몹시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바른대로 대답하지 못할까?」 내가 우물거리고 있으려니까 총독이 다그쳤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그것은 어떤 부인을 놀려주려고 구리로 만든 가짜랍니다. 그것이 집사람 손에 들어왔으므로 저는 팔아버리려고 했던 것 뿐이랍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총독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네가 지금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 자신도 알 것이다」 이렇게 말한 총독은 호위병들을 돌아보며 눈짓을 했습니다. 그러자 우르르 호위병들이 나에게 달려들더니 내 옷을 벗겼습니다. 그리고는 종려나무 채찍들을 들고 나를 사정없이 후려갈겼습니다. 그 고통을 견디다 못한 나는 소리쳤습니다. 「그건 제가 훔친 것입니다」 그제서야 호위병들의 그 무자비한 채찍질이 멎었습니다. 형리들은 목걸이를 훔쳤다고 한 나의 자백을 기록하고 나의 오른손을 잘랐습니다. 내 손을 자른 뒤 그들은 상처를 끓는 기름에 담가 소독하였습니다. 나는 그 엄청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형리들이 독한 술을 먹여 나의 숨을 돌려놓았습니다. 내가 왜 훔치지도 않은 목걸이를 훔쳤다고 거짓 자백을 하여 한쪽 손이 잘리는 고통을 당하게 되었는가 하는 데 대하여 당신은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그 까닭은 이렇습니다. 내가 만약 그 목걸이를 훔쳤다고 말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말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일은 더 복잡하게 될 것은 뻔합니다. 말하자면, 그 목걸이의 임자는 삼 년 전에 나와 하룻밤을 동침한 처녀라고 고백하게 되면 그녀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탄로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자칫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게 될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느니 보다는 손 하나를 잘리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습니까. 정신이 돌아온 나는 잘려나간 나의 손을 주워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집주인이 나를 불러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젊은이. 이렇게 되고보니 내 집을 비워줘야겠소. 도둑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집을 빌려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안됐지만 다른 숙소를 찾아보시오. 당신은 잘 생긴 젊은이이긴 하지만 그런 짓을 했으니 아무도 동정해주지 않을 거요」 그러한 주인에게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주인 양반. 이삼일만 기다려주시오. 그 사이에 다른 데를 찾아볼 테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내 꼴이 불쌍했던지 집주인은 그것만 용납해주었습니다. 그가 돌아가자 나는 혼자 울면서 말했습니다. 「한쪽 손이 잘렸으니 나는 이제 어떻게 부모님 앞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 알라시여. 제가 결백하다는 것을 당신만은 알고 계시겠지요?」 나는 완전한 절망감에 빠져 꼬박 이틀 동안을 혼자 울었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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