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주사 형태로 투여된다. 일부 환자는 체중 감소 효과가 거의 없는 ‘비반응자’로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이어트 주사를 맞았는데도 왜 계속 배가 고프죠?”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는 위고비·마운자로를 맞았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경험담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마운자로를 이긴 사람”이라는 뜻의 ‘이긴자로’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실제 의학적으로도 확인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약 10명 중 1명이 체중 감소 효과가 거의 없는 ‘비반응자(non-responder)’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몬티셀로에 사는 사이버보안 전문가 제시카 레이외(42)도 그중 한 명이다. 레이외는 지난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제프바운드(Zepbound·티르제파타이드) 치료를 시작했지만 식욕이나 체중에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용량을 늘리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15개월 동안 체중은 약 1~2파운드(0.5~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레이외는 약이 듣지 않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약을 올바른 온도에 보관했는지, 주사를 정확한 위치에 놓았는지 반복해서 확인했고, 진료 때마다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사에게 설명해야 했다.
● 왜 어떤 사람은 위고비·마운자로 효과가 없을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줄이고 뇌의 보상 시스템을 조절해 ‘먹고 싶은 생각’, 이른바 ‘푸드 노이즈(food noise)’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나 마운자로·제프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 같은 약을 사용하면 임상시험에서 평균 체중의 15~21%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제프바운드는 당뇨 치료제로 먼저 출시된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의 비만 치료제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체중 감소가 5% 미만에 그치는 ‘비반응자’로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이 차이가 유전자, 식욕 조절 방식, 대사 특성 등 개인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자 마리 스프레클리는 유전자가 포만감과 식욕, 에너지 소비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만의 원인이 식욕 자체가 아닌 호르몬이나 대사 문제일 경우 GLP-1 약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비만의학 전문의 에이미 쉬어 박사는 “이 약은 주로 식욕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와 직접 관련이 적은 비만에는 효과가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전자·호르몬·질환…비만 약 효과를 좌우하는 변수
호르몬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일부 연구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비반응자일 가능성이 높고, 폐경 이후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체중 감소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에스트로겐이 GLP-1 작용 경로와 상호 작용해 식욕 억제 효과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저 질환도 영향을 준다.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 환자나 오랫동안 비만 상태였던 사람일수록 체중 감소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증 질환 역시 약물 반응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행히 비반응자들에게도 다른 치료 옵션이 있다. GLP-1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일부 환자들은 펜터민-토피라메이트(phentermine-topiramate) 같은 다른 기전의 비만 치료제에서 더 큰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두 약물을 별도로 처방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환자의 유전적 특성이나 대사 특성을 분석해 개인별로 가장 효과적인 약물을 선택하는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GLP-1 치료제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위일코넬 의대의 비만의학 전문의 베벌리 창 박사는 “체중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매우 복잡하게 작동한다”며 “단 두 가지 호르몬만 조절해 비만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팩트필터|나도 ‘이긴자로’일까? 효과 판단 체크리스트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GLP-1 비만 치료제는 평균 체중의 15~21% 감량 효과가 보고됐지만, 약 10명 중 1명은 체중 감소 효과가 거의 없는 ‘비반응자’로 나타난다. 아래 항목에 해당한다면 약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치료 방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4~6개월 사용했는데 체중 감소가 5% 미만 · 식욕 감소나 ‘푸드 노이즈’ 감소가 거의 없음 · 메스꺼움 등 약물 반응이 거의 없음 · 제2형 당뇨 등 대사 질환이 있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