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친중 성향 마이주 방문 환영하지만 ‘총통’ 호칭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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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쑨원 묘를 참배하는 마잉주 전 대만 총통. 바이두 캡쳐
2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쑨원 묘를 참배하는 마잉주 전 대만 총통. 바이두 캡쳐
친중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27일 전현직 대만 총통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본토를 방문한 가운데 중국은 마 전 총통을 환영하면서도 예우의 급을 낮추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 전 총통이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 달리 중국에 우호적인 인사이긴 하지만 대만이 국가가 아닌 중국의 지방 정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반영한 태도로 해석된다.

29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중국 방문 이틀째인 28일 동남부 장쑤성 난징(南京)에서 중국 ‘국부(國父)’로 불리는 쑨원(孫文) 묘에 참배하면서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쑨원의 업적을 기리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1911년 청(淸)조를 무너뜨림으로써 4000여 년 이어진 중국의 군주 독재를 종식시키고 아시아에 첫 민주공화국인 ‘중화민국’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중화민국은 대만의 정식 명칭이기도 하다.

마 전 총통은 “대륙(중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접을 하고 있으며 대륙의 친구들이 상당히 친절하게 맞아주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대만으로 돌아가면 이런 호의를 대만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 전 총통의 평가처럼 중국의 대대적인 환영 분위기는 분명해 보인다. 마 전 총통이 가는 곳마다 환영 인파들이 몰려 나왔고, 중국 매체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마 전 총통의 일정과 행보를 시간 단위로 공개하며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친중 성향인 마 전 총통은 2008∼2016년 대만 총통으로 재임했다. 재임 중 온건한 대중국 정책을 폈고 2015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반중 성향이 강한 현 차이 총통과 대비되기 때문에 중국이 그를 더욱 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환영 분위기와 별개로 그에 대한 호칭이나 예우를 보면 급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28일 저녁 마 전 총통은 신창싱(信長星) 장쑤성 공산당 서기와 면담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신 서기는 마 전 총통을 ‘총통’이라는 직함 대신 “마잉주 선생”이라고 불렀다. 중국 매체들도 관련 보도에서 마 전 총통을 지칭할 때 ‘대만 지역 지도자’, ‘국민당 전 주석’ 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대만 ‘총통’ 칭호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대만 총통 직위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마 전 총통을 영접한 중국 측 인사의 직급이 낮은 것도 이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공항에는 당중앙 대만판공실 천위안펑(陳元豊) 부주임과 상하이당 상위 장웨이(張爲), 상하이시 대만판공실 중샤오민(鍾曉敏) 주임 등이 영접을 나왔다. 대만에서는 당초 시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丁薛祥) 상무 부총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훨씬 급이 낮은 인사가 나온 것이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낮은 직급의 인사를 보내 대만이 중국의 성(省)급 지역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2005년 롄잔이 전현직 총통이 아닌 국민당 주석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판공실의 부주임이 아닌 주임이 영접을 나왔다.

대만 전·현직 최고지도자 중 처음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 총통은 28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에서 공히 존경받는 쑨원(孫文·1866∼1925)의 묘를 찾아 중국과 대만의 평화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마 전 총통은 “양안간 교류가 잘 이뤄져서 상호 신뢰를 형성해야만 전쟁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은 29일부터 중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면서 오고 가는 길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 형식으로 방문한다. 미국 방문 때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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