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소액대출땐 無人심사 허용

  • 동아일보

금융당국, 인가관련 자료 공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전자상거래, 통신 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으면 자기 회사의 온라인 및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 예금·대출 고객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또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무인(無人) 여신심사 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관련 Q&A’ 자료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정부는 9월 30일∼10월 1일 1단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12월 중 한두 곳에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 인터넷은행에 기존 고객 기반 활용 가능

금융당국은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나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자체적으로 보유한 온라인이나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는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예를 들어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통해 자사 인터넷전문은행의 새로운 대출상품을 알리거나 KT가 기존 회원들에게 통신요금 고지서를 e메일로 발송하면서 신규 고객을 모집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다만 당국은 예금계약 체결이나 대출심사 승인 등 본질적인 은행 업무까지 모(母)기업에 위탁하는 것은 금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포털·통신업체, 전자상거래 기업 등 고객층을 폭넓게 확보한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가를 신청한 각사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무슨 채널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까지 허용할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다만 기존 영업 수단을 은행 마케팅에 활용할 때도 회원들의 사전 동의를 얻는 등 현행 개인정보 관련 법령은 모두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심사도 별도의 여신 심사인력 없이 전산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자신의 연봉과 신용정보를 인터넷은행 사이트에 입력하면 대출 가능 여부나 대출한도가 자동으로 산출돼 나오는 프로그램이 대출 심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의 여신 심사 과정이 완벽하게 전산으로 구현 가능하다면 소액 대출에 한해 허용할 수 있다”며 “물론 이에 따른 각종 사고 위험은 사전에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를 감안할 때 기존 은행이나 지주사가 최대주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심사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사회, 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지배구조 관련 의무사항은 기존 은행들처럼 모두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ICT, 통신사들 인가 신청 준비에 박차

금융당국이 이 같은 유권해석을 내리자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공언했던 다음카카오는 반기는 분위기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다음카카오는 카톡이라는 플랫폼을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 등으로 확대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은행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통신사 중에서는 KT가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6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한 바 있다. KT는 자체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 등급을 평가하면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도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곧 열리는 만큼 이에 대한 기본 스터디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신무경 기자
#인터넷은행#소액대출#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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