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시게 ‘아타케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 (1857년, 니시키에 판화(다색 목판화), 33.5x21.8cm, 기메 국립 아시아 미술관)
요즘 극심한 가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이럴 때 시원하게 소나기 한 줄기가 내려준다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위의 그림처럼 말이에요. 나무다리 위의 사람들은 세찬 빗줄기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고, 뱃사공은 비바람을 헤치고 힘껏 노를 젓고 있네요.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니 앞으로도 한동안은 세차게 비가 내리겠어요. 대담한 구조와 자극적 색감으로 눈길을 끄는 이 그림은 우키요에의 대가 히로시게가 그린 ‘아타케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입니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목판화로, 에도시대(1603~1867)를 주름잡았던 스타일이에요. 소나기가 내리는 순간을 잘 포착한 이 그림은 자연스러운 풍경을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신비스러운 매력이 물씬 납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을 보고 눈길이 확 가는 건 요즘의 우리뿐 아니라 19세기 서양화가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우키요에는 일본이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유럽에 알려졌는데, 마네, 모네, 고흐, 로트렉 같은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자극을 줬습니다. 자포니즘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죠.
▲ 고흐 ‘비 내리는 다리’ (1887년, 캔버스에 유채, 73x54cm, 반고흐미술관)
히로시게의 작품을 따라서 그린 고흐의 ‘비 내리는 다리’를 보세요. 나무다리, 그 위의 사람들까지 정교하게 따라서 그렸네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프레임에 있는 한자가 눈에 띄죠? 자세히 보니 한자를 쓴 게 아니라, 잘 그려 놓았네요. 똑같이 베껴 그린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고흐만의 개성이 드러나 있어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고흐는 자신의 고향인 네덜란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우키요에의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 정취에 흠뻑 빠졌던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시원스레 내리는 빗줄기를 그림으로라도 보고 있으니 때 이른 폭염쯤은 잠시 잊게 되는 것 같지 않으세요? 머지않아 대지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비 소식을 기다려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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