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스프링캠프에서 연습 위주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실전을 앞둔 박찬호(38)와 이승엽(35)에게 공통 과제가 떨어졌다. 왼손 타자와 왼손 투수, 즉 ‘왼손’을 넘어야 산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박찬호가 일본에서도 성공을 이어가고 이승엽이 4년 만에 부활 찬가를 부르려면 ‘왼손’이라는 걸림돌을 반드시 제압해야 한다.
17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네 번째 청백전을 마치면 박찬호와 이승엽은 18일부터는 본격적인 왼손 상대 수업을 받는다. 박찬호는 미야코지마에 남아 2군 선수들을 상대로 볼을 던져 실전 감각도 키우고 일본 타자들에 맞서는 요령을 배운다.
이승엽은 19일부터 오키나와 본섬에서 삼성, 주니치, 야쿠르트, 요미우리와 잇따른 평가전에서 왼손 투수들의 공을 잘 때려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신뢰를 계속 얻을 수 있다.
●박찬호=‘일본 타자 습성을 파악해라’ 박찬호는 지난 15일 청백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상적인 파워의 60~70%에 불과했지만,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39㎞를 찍었고 특히 볼 끝 움직임이 심한 포심 패스트볼은 합격점을 받았다. 직구 위력을 인정받은 만큼 남은 기간 구속을 좀 더 늘리고 변화구 각도를 날카롭게 다듬는 일만 남았다.
일본 타자들에 대한 연구는 필수다. 후쿠마 오사무 오릭스 투수코치의 조언은 그래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후쿠마 코치는 “박찬호가 일본 타자들의 성향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는 모든 타자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하지만 일본에서는 중심타선을 빼고는 스윙이 짧고 맞히는 능력이 좋아 투수를 많이 괴롭힌다”고 조언했다. 후쿠마 코치의 말마따나 박찬호가 일본의 ‘현미경 야구’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본에는 유독 오른손으로 던지면서도 왼손으로 때리는 우투좌타가 많다. 안타를 만들어 내려면 오른손보다는 왼손으로 타격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승엽=‘밀어치기가 해법’ 이승엽은 밀어치기에 승부를 걸었다. 정확하게 밀어 때리고자 타격 연습 때 자세를 이리저리 고쳐보며 적합한 폼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탓인지 직선타보다는 뜬공이 많다. 왼손 투수를 넘으려면 밀어치기가 정답이라는 사실은 일본에서 8년차를 맞는 이승엽이 너무나 잘 안다. 특히 퍼시픽리그에는 강속구와 제구력을 갖춘 수준급 왼손 투수가 즐비하다. 유독 왼손 타자가 많은 오릭스에서 이승엽이 중심 타자로 대접받고 홈런 30개와 100타점 이상을 올리려면 무조건 상대팀의 왼손 에이스를 꺾어야 한다. 왼손 투수가 던지는 포크볼을 참아내고 슬라이더와 직구는 결대로 밀어치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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